12월, 2021의 게시물 표시

신년계획 / 211231 Day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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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때는 신년 계획을 꽤나 열심히 세웠다. 전공공부는 시험 때 바짝 하는 걸로 생각했다. 평소에는 동아리 활동 열심히 하고 운동, 독서, 영어 공부 그리고 잡다한 배우기에 열심이었다. 사회에 나오고서도 결혼 전까지는 열심히 했었는데 결혼하면서 왜인지 모르게 계획세우기를 멈추었다. 아마도 아이를 키우면서 바쁘기도 했고 병원 생활이 빡빡한 일정으로 이뤄져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다.  둘째가 태어난 마당에 다시 한 번 계획을 세워보려고 한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계시다면 같이 계획을 세워보자. 기껏 세워놓은 계획을 지키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예전에는 이것에 약간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차피 세상 일을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르지 않나. 코로나가 이렇게 온 세상을 뒤흔들고 많은 것을 바꾸어 놓을지는 누구도 몰랐다. 그리고 반드시 계획을 완성시키지는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는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1년 초에는 다이어트를 시작해서 70kg로 만들자라고 계획만 세웠다. 아쉽게도 목표 몸무게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72-73kg를 6개월째 유지하는 것을 보니 절반 이상의 성공이라고 보여진다. 계획을 완벽하게 이루지 않아도 좋다. 계획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많은 걸 얻을 수 있다. 목표했던 기준에서 살짝 못 미친 토익점수, 체중, 독서량 등도 당연히 충분하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하다 연고대에 입학하는 것도 훌륭한 결과가 아닐까.   그리고 계획에 많이 못 미치더라도 괜찮다. 계획이라도 세워 놓으면 한 번 시도를 생각해볼 수 있고 기왕에 시작한 거 몇 주나 몇 개월을 유지할 수도 있다. 3개월 만에 그만 둔 헬스나 수영이라도 값진 결과가 아닐까? 그리고 나한테 헬스나 수영이 잘 맞지는 않다는 걸 아는 것도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실내와 실외 스포츠, 구기 종목이나 기록을 측정하는 운동, 개인 위주 운동 혹은 팀플레이 운동은 종류가 다양하다. 인생을 결국

아이는 부모를 덕후로 만든다. / 211230 Day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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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글에서 결혼의 즐거움에 대해 글을 써봤다. 결혼생활은 서로만 아는 에피소드가 쌓이는 거라고 침착맨이 말했고 이에 공감한다. 덧붙여 연애 때는 즐겁고 좋은 에피소드 위주였다면 결혼을 하면 지극히 현실적인 에피소드들이 쌓인다는 점이다. 거기에 아이가 생기면 또 어떻게 달라질까. 아들 하나를 48개월간 키우며 느낀 점을 이야기해보자.    아이는 엄마아빠를 덕후로 만든다. 아이는 아이돌이 되고 엄마아빠는 팬클럽 회장, 부회장이 된다.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진 찍고 직캠을 하듯이 엄마아빠의 핸드폰에는 아이의 사진과 영상이 가득해진다. 인스타에 아이를 업로드하고 블로그에 포스팅하고. 기념일을 챙기고 거실에  커다랗게 인화한 사진을 걸어두고 감상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벽에는 50일, 100일, 첫 돌 사진이 걸려있고 핸드폰에는 대부분 아들 사진과 영상으로 가득차있다. 엄마아빠는 펜클럽처럼 아이의 사진을 주고 받고 같이 즐거워한다. 서로만의 에피소드를 만들어가면서 같은 덕질을 하다보니 더 끈끈해지는 모양이다. 스타의 소식에 기뻐하고 슬퍼하는 팬들처럼 자식이 작은 일을 하면 너무나 대견하고 조금이라도 다치면 너무나 가슴이 미어진다.   아들이 요즘에 말을 쫑알쫑알 하기 시작하면서 아들과의 에피소드도 생겨난다. 자식이 없다면 부부 간의 에피소드만 생기지만 아들이 한 명 있으니 부자, 모자 사이에서도 에피소드가 생기고 셋이 같이 있으며 생기는 에피소드들도 많아진다. 이 때문인지 나는 아들이 두 돌을 지나고서 부터가 더 이뻤다. 그 전에는 갓난아기여서 하나하나 걱정스러운 면이 많았다. 두 돌 정도가 지나면 이제 갓난 아기 티는 벗고 쫑알대기 시작하면서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에피소드를 만들고 같은 덕질을 하는 게 자식을 키우는 결혼생활이 매력이 아닐까.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되었다 2 - 내가 혼자 큰 게 아니었구나- / 211230 Day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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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이 하루하루 커가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 이제 자기 방의 조명도 켤 줄 알고 직접 마스크를 벗어 걸이에 걸어놓는다. 혼자 손도 잘 씻고 진작에 기저귀를 졸업하고 아동용 변기에 대소변을 본다. 대견한 아들을 보며 새록새록 이유식 만들어 주고 기저귀에 본 대변을 갈아주고 엉덩이를 씻겨줬던 기억이 난다. 아들은 커서 아빠엄마가 이렇게 일거수일투족을 신경써주고 챙겨줬다는 사실을 알까? 당연히 모를거리고 생각한다. 지금 기억도 가물가물할텐데 6-7살은 되어야 엄마아빠가 챙겨준 사실을 알려나. 나를 챙겨주었다는 사실 보다도 그 고마움을 과연 깨달을 지 궁금하다. 아빠도 사실 부모님이 챙겨주신 건 많이 까먹었거든.  어찌보면 핏덩이로 태어나 지금까지 자란 건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이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나도 그랬고 사람들은 그 고마움을 잘 모른다. 그냥 내가 잘 자랐던 것 같다. 부모님이 신경을 못 써줬어도 내가 스스로 잘 자란 것이다. 부모님이 그렇게 키워주는 건 다른 부모님들도 다 하는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어느 정도 이렇게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를 키워보니 그게 아니었다. 정말 갓난 아기는 젖이나 모유를 먹고 트림까지도 아빠엄마가 시켜줘야 한다. 밥 먹을 때마다 아이를 위한 음식을 준비하고 먹기 좋게 썰어주고 생선을 발라주다 보면 엄마아빠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 지 어디로 들어가는 지 모를 때도 많다. 아빠가 되면 자연스레 부성애가 뿜뿜 나오는 줄 알았다. 물론 내 자식이라 그런지 엄청 이쁘지만 부성애가 왈칵 쏟아져 나와 저절로 아이를 위해 노력하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기껏 준비한 음식을 안 먹고 바닥에 흘려놓고 땡깡을 피우기 시작하면 부성애가 로그아웃 할 것만 같다. 그래도 아직 작고 어린 소중한 존재라는 걸 상기하면서 다시 힘을 내보는 사고의 흐름을 반복한다.   아이를 직접 키우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 같다. 잠깐 보고 귀여운 면만 보고 헤어질 수 있는 조카와

결혼의 즐거움 / 211228 Day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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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착맨과 주호민이 지인의 결혼식에서 맡은 성혼선언이 화제다. 침착맨은 스스로 결혼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느낀점을 이야기 해보겠다고 담담하게 시작했다. 침착맨이 생각하는 결혼생활은 서로만 아는 에피소드들을 쌓아가는 재미라고 이야기했다. 서로의 글에 댓글을 하나씩 달아주는 사이이고 힘든 일을 겪어도 웃어 넘길 수 있는 힘이 되는 사이라고 이야기했다. 특유의 감각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으로 100만 유튜버가 된 침착맨의 능력이 보이는 성혼선언이었다. 어려운 표현을 쓰지 않고 길지도 짧지도 않게 유머와 예시를 들어 센스있게 말을 했다. 이제 곧 결혼 5년차가 되는 나도 십분 공감하는 결혼의 즐거움이다.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7년 정도하고 결혼을 했다. 20대 초반부터 긴 연애를 한 덕에 서로의 풋풋한 대학생 모습을 기억하고 사회초년생일 때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서로 지켜봐왔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 되는 걸 지켜보는 중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같이 겪으며 많은 추억이 쌓였다. 침착맨이 말한 결혼생활의 즐거움은 어떻게 보면 연애를 하면서도 느끼는 일들이다. 연애를 하는 동안에도 둘만의 에피소드는 많이 생길 수 있다. 나와 아내도 그렇게 장기간 연애를 했었다. 결혼을 하면서 크게 달라지는 건 바로 같이 살면서 쉴 틈 없이 모든 걸 함께한다는 점이다. 결혼 전 데이트를 할 때는 서로 데이트 준비를 한다. 몸을 단장하고 분위기에 맞는 옷을 고른다. 인스타에서 핫플레이스나 새로 열린 전시회를 찾아본다. 그리고 약속한 장소에 멋지게 차려 입고 가서 영화나 전시회를 보면 눈이 즐겁고 맛집에서는 입이 즐겁다. 그리고 마무리 안녕까지. 그런데 결혼을 하면 차려 입은 모습말고 피곤해서 쇼파에 누운 모습이나 전날 먹은 음식 때문인지 퉁퉁 부은 얼굴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전에 먹다가 남은 음식을 데워서 먹고 누구라도 게을러지면 집안 꼴이 엉망이 된다. 이런 배우자의 몸과 마음의 민낯 속에서도 싹트는 에피소드들이

단독주택에 살고 싶다. / 211227 Day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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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주택에 살고 싶다. 모든 걸 갖춘 단독주택이면 좋겠지만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넓은 마당은 꼭 있었으면 좋겠다.   어릴 때 잔디밭은 없어도 작은 마당이 있는 곳에서 자랐다. 그곳에는 커다란 라일락 나무가 있었고 작은 바위들로 이뤄진 화단이 있었다. 한 견에 수돗가가 있어서 여름에는 물장난을 누나와 하곤 했다. 그 기억이 좋았는지 예전부터 결혼하면 꼭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었다. 마당에는 나무를 키우며 새가 드나드는 모습을 보고 싶다. 봄에 피는 꽃을 눈으로 즐기고 여름에 푸르른 나뭇잎이 울창한 나무를 보고 싶다. 가을에는 낙엽이 가득한 나무를 보며 스산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 겨울에는 가지만 남은 나무가 쓸쓸할 수 있으니 옆에 침엽수도 심어서 크리스마스 트리로 꾸며보고 싶다. 마당 한 구석에는 아내가 좋아하는 다육이도 키우고 아이와 함께 고구마, 감자 그리고 상추를 키우는 작은 텃밭도 가꾸고 싶다. 여름에는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미니 풀장을 만들어주고 싶다. 코스트코에서 눈여겨 보고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가져다 놓고 바베큐 장비도 갖추어서 지인들을 초대하고 싶다. 담벼락에는 작은 조명을 설치하고 싶고 마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커갈 강아지도 키우고 싶다. 잔디 깎느라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쁠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상을 즐기고 싶다.   혼자 살 생각을 아니기 때문에 아내와 의논을 해야한다. 아내는 절반의 찬성이다. 아내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분명히 재미있고 즐겁겠지만 손이 많이 가고 유지하기 부담스럽다고 한다. 충분히 공감가는 맞는 말이다. 아파트 관리비는 공동주택인 만큼 가성비가 좋다. 한 달에 약 15-20만원을 내고 있지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지하주차장이 있어 주차가 편하고 경비원 분들과 미화원 분들이 단지를 신경써서 관리해주시고 있다. 덕분에 늘 편하고 깨끗한 공간을 누릴 수 있다. 단독주택으로 가면 내가 경비원이자 미화원이자 조경 관리사, 주차요원, 간단한 수리공의 일을 해야하고 벌레 퇴치까지 해야한다. 그리고 이 일들을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되었다 1 - 길거리는 모험의 공간이 아니잖아요- / 211226 Day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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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키우며 느끼게 된 점을 몇 번에 나눠서 적어보려고 한다. 첫 시작은 생각보다 위험하고 불편한 길거리에 대한 이야기다. 혼자라면 약간 번거로운 정도의 길이 아이와 함께면 장애물 경기가 된다.   생후 70일이 된 아이와의 첫 외출이 기억난다. 혹시나 추울까 덥지는 않을까 만만의 준비를 하고 나섰다. 가방에는 기저귀, 물티슈 그리고 분유를 위해 챙긴 보온병 등등 짐이 한 가득이었다. 초 봄을 만끽하며 나섰던 산책은 힘들다는 한숨과 함께 마무리됐다. 나를 이렇게 힘들었던 건 바로 유모차 때문이었다. 물론 조심스러운 나들이라서 긴장도하고 짐도 많았지만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게 그렇게 힘든 줄은 몰랐다. 평소에는 쉽게 다니던 길도 유모차와 함께라면 힘들었다. 인도와 횡단보도에 불법주차한 차들을 비켜가야만 했고 울퉁불퉁하게 포장된 도로를 걸으면 유모차를 따라 손까지 덜덜 거렸다. 그리고 도로나 인도 공사 길과 만나면 턱을 넘어 내려가야하고 좁은 길을 위험하게 지나가야했다. 예전에는 불편하게 느끼지 못했던 계단은 또 왜 이렇게 많은 지 새삼 깨달았다. 다행히 요즘에 지은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그래도 유모차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찾아다니고 기다리다 보면 평소 걸리는 시간보다 두 배 정도 걸리는 일도 많았다.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는 또 다른 문제에 부딪혔다. 온전히 내가 신경쓰면 되었던 유모차도 힘들었지만 아이가 따로 걷다보니 위험천만 했다. 손을 계속 잡고 걸어도 쌩쌩 지나가는 오토바이나 보행자가 뻔히 건너고 있는데도 머리부터 밀고 들어오는 차들도 많았다. 스쿨존에 카메라도 많아지고 30km 제한도 많이 알려졌지만 여전히 불편한 점이 많다. 횡단보도에 차를 주정차 하면 미숙한 어린아이들이 차 사이로 나오는 경우에 이를 미처 보지 못한 운전자와 사고가 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 대로변에 잠시 주정차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모퉁이나 횡단보도는 보행자의 사고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절대로 해서는

크리스마스에도 욕실 청소는 해야지 / 211225 Day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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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서울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다. 오전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같이 뜯었다. 아들은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고 같이 장난감을 조립했다. 노원구청으로 가서 주차를 하고 해물누룽지탕과 찹쌀탕수육을 먹으러 갔다. 걸어가는 데 이 한파 속에 선별진료소 앞에 늘어선 줄을 보고 기함했다. 평일에 바빠서 크리스마스 날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도 짠하고 직원들도 짠했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역대급으로 맛있게 해물누룽지탕과 찹쌀탕수육을 먹었다. 그리고 냉장고가 텅텅 비어 마트를 가려고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파가 몰아쳐서 그런지 모두들 같은 생각을 했나보다. 마트에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줄이 늘어선 걸 보고는 아연실색하고 집으로 방향을 돌렸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냉장고 파먹기를 하고 손톱정리하고 샤워부스에 물 내력는 게 시원치 않은 것을 손봤다. 아들과 목욕하고 나서 어느 덧 밤 9시. 그리고는 최근에 산 안드로이드TV를 리뷰하는 글을 썼다. 이걸 매일글쓰기에 포함시킬까 하다가 관뒀다. 이렇게 하루에 있었던 일을 간단히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 오늘은 이 정도만 써야겠다.

[리뷰] 이스트라 쿠카 UC431UHD / 안드로이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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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에서 구매한 40인치 티비가 일주일 만에 운명을 달리하고 급하게 티비를 알아봤다. 원래 LG제품을 늘 사용했어서 이번에도 그러려고 했지만 가격의 압박이 있었다. 요즘 우리 집 사정이 긴축정책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중소기업 제품을 한 번 사보기로 했다.   중소기업 티비를 생각하며 가장 걱정된 것은 바로 A/S였다. 당연히 대기업과 같은 건 기대하기는 어렵더라도 당연히 A/S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기를 바랬다. 저렴한 가습기 같은 것도 아니고 최소 몇 년은 사용할 물건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티비에 대해 찾아보니 다 장단점이 있었다. 찾다보니 어떤 회사는 몇 년 사이에 회사의 주인이 바뀌기도 했고 구매한지 2년 만에 회사가 망해서 A/S가 불가능했다는 한탄의 포스팅도 있었다.   거기에 최소한 화질은 FHD에 43인치 정도에 크기를 찾았고 주로 USB 재생과 dvd 기기와 연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높은 사양은 필요하지는 않았다.  기사와 블로그 들을 참고한 끝에 내린 결론은 바로 이스트라의 43인치 쿠카 티비였다. https://it.donga.com/31636/ https://m.blog.naver.com/basscat/221803885559 http://naver.me/IgobdWVl  무엇보다 A/S 무상 5년 보증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대기업 제품들도 티비는 보통 1-2년 내외 보증인데 확실한 보증기간이 마음에 들었다. 거기에 화질도 UHD 급이었고 안드로이드티비라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30만원 중반에 구입을 했다.     금액을 더 아끼려면 이마트의 노브랜드 TV나 다른 중소기업 제품들이 있었다. 32인치로 10만 후반에서 20만 초반까지도 있었지만 오히려 너무 낮은 가격에 선뜻 눈길이 가지 않고 불확실한 A/S 때문에 패스했다.  배송은 금방 왔고 얼른 설치를 했다. 스탠드 형이라 설치는 매우 간단했다. 스탠드를 본체에 나사로 고정하는 과정이 살짝 힘들었지만.. 그건 가장 마지막에 단점으로 적어놨다.

진짜 어른으로 가는 길 / 211224 Day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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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에 떠올렸던 대학생의 모습은 멋진 어른이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니 30대가 되면 정말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30대에 진정한 어른이 되어서 가정도 꾸리고 번듯한 직장도 가지고 사회적으로도 역할을 맡게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어느 덧 30대 초를 지나 30대 중반에 들어서고 있다.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다행히 대학을 졸업하고 군 문제도 해결을 했고 가정도 잘 꾸렸다. 철없는 아빠를 잘 돌보는 아내와 자기도 이제 형님이라고 우기는 4살 아들 그리고 곧 태어날 둘째가 있다. 직장은 이제 레지던트를 곧 마칠 예정이고 구직을 해야한다. 늦깎이 취준생이 되었다. 코로나라는 핑계로 그리고 육아를 한다는 핑계로 사회적으로는 많이 활동을 못하고 있다. 살고 있는 지역에서 운동도 하고 싶고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를 하거나 대학원을 가고 싶기도 하다. 예전에는 관심이 적었던 정치에도 관심이 많이 생겨서 정치 뉴스도 챙겨보게 된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하지만 다양한 관심은 일단 잠시 접어두어야겠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그리고 쑥쑥 크는 아이들을 돌보며 지내야겠다.   아직도 내가 생각했던 진짜 어른의 길은 다다르지 못했다. 계속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모습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바탕은 아버지에 모습에서 가져왔다. 평생 가족들을 위해 직장을 30여년 근속하신 아버지이시다. 가정을 이루고 직장을 다니는 모습은 어른의 기본이라고 머리 속에 그려졌다. 거기에 다양한 활동을 하는 모습은 새롭게 그려졌다. 자라면서 직장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직업을 갖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직업과 관련이 없는 일에 열심히 활동하며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책과 인터넷에서 만난 다양한 이야기에서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모습이 그려졌다.   내 머릿 속 어른의 모습은 점차 변화해하고 있다. 지금도 새로운 이야기와 영상을 보면서

이해하기 어려운 콘크리트 지지층 / 211223 Day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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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5월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연일 뉴스가 쏟아진다. 여당과 야당의 시끌벅적한 경선이 마무리되고 이제 본격적으로 대권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기사로 인터넷에 올라온다. 선거권을 가진 뒤 3번 대통령 선거에 투표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누구에게 투표를 해야할지 고민이 된다.   커뮤니티를 하다보면 상대방 후보를 비난하는 글을 많이 본다. 그중에는 잘못에 대해 타당한 지적도 있지만 거짓뉴스로 사람들을 선동하고 작은 사실을 크게 부풀려 비아냥거리는 경우도 많다. 선거에서 네거티브 전략은 그동안 많이 봐왔기 때문에 낯선 풍경은 아니다. 대선 후보가 계획한 정책과 그 후보가 우선시하는 가치관을 어필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주목을 덜 끌어서인지 상대측의 문제를 공격하고 비난함으로써 어차피 제로섬 게임인 투표에서 표를 뺏어오기 위해 네거티브 전략을 쓰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네거티브 전략은 가짜 뉴스만 아니라면 나는 비판적으로 보지 않는다. 당연히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을 가져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 후보의 가치관, 과거 행적, 언행 등을 면밀히 알 필요가 있다. 상대측에서 무분별한 비난이 아니라 사실에 입각한 비판을 한다면 그건 충분히 좋고 국민들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상대측으로 부터 이런 비판을 받았을 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가장 좋을까? 사실에 근거해서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사과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건 명백히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모습이다. 더구나 과거에 정당이나 정치인이 해온 언행이 있을 때 그것과 정반대의 언행으로 비판에 대한 대응을 하는 게 그 사람의 신뢰도 까지 무너뜨리는 최악인 것 같다. 누구보다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한 사람이 자기 측의 입시비리에는 옹호하는 모습을 어떻게 봐야할까.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하는 일부 열혈층들이 특히 이런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내가 지지하는 측이더라도 분명하게 잘못

추운 겨울 날 샤브샤브와 함께라면 행복할지도? / 211222 Day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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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추운 날 먹기 좋은 음식이 뭐가 있을까. 언제나 먹어도 좋은 소고기일까? 이럴 때는 소고기를 먹으러 가서도 뜨끈한 된장찌개나 얼큰한 김치찌개를 꼭 시킨다. 역시 이런 겨울철에는 따끈한 국물 요리가 제격이다. 국물요리를 떠올리면 만두전골, 곱창전골, 순대국, 된장찌개, 김치찌개, 술국, 매운탕, 감자탕, 만두국, 사골곰탕, 소머리국밥, 장칼국수, 짬뽕, 마라탕, 튀김우동... 끝도 없이 생각이 난다. 그 중에 가끔 집에서 해먹는 요리가 바로 샤브샤브다. 샤브샤브는 간장, 멸치, 야채 등으로 육수를 심심하게 우려내는 것 부터 시작한다. 이 외에도 된장을 베이스로 하는 경우도 있고 훠궈처럼 매콤하게 국물을 우려내어도 좋다. 처음부터 간이 적당하게 맞춰지면 안 된다. 처음에는 국물만 먹었을 때 다소 밍밍해야 한다. 먹으면서 야채와 고기를 넣으면 국물이 점점 진해지는 걸 알 수 있다. 우선 야채부터 넣는다. 버섯, 알배추, 미나리, 청경채 등등 다양한 야채를 끓여낸 뒤 먹으면 부드럽고 평소보다 야채를 더 많이 먹게 된다. 야채의 맛이 국물에 살짝 녹아들었을 때 고기를 넣는다. 끓기 전에 고기를 넣어서 삶는 게 아니다. 보글보글 끓고 있을 때 넣어야한다. 소고기, 돼지고기를 얅게 썰은 걸 몇 점씩 담궜다가 건져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팬에 구운 것처럼 쫄깃하거나 기름진 맛은 없어도 얇게 썰은 고기를 몇 점씩 먹으면 목 안에서 부드럽게 넘어간다. 여기에 칠리소스나 땅콩소스 등을 준비해서 취향에 맞게 찍어먹으면 또 새로운 맛이다. 시간이 갈수록 테이블 위에 재료들은 줄어가면서 국물 맛의 깊이는 점점 깊어진다. 준비한 고기와 야채를 다 먹었다고 끝이 아니다. 칼국수, 우동, 라면 등 원하는 걸 재료를 넣어서 고기와 면을 곁들여 먹을 수 있다. 마지막에 조금 남은 국물에 밥와 채썰은 야채를 넣어 만드는 눅진한 볶음밥과 죽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밥까지 먹으면 최고의 마무리이다.  샤브샤브는 원하는 재료를 바탕으로 취향껏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 211221 Day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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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아침에는 아들을 어린이 집에 맡기고 책방에 가서 아들이 읽을 책을 빌려왔다. 하루 종일 공부를 하다가 가족들과 함께 소고기를 구워먹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이런 저런 일로 오랜만에 지인들과 카톡을 나눴다.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니 반갑다. 코로나로 지인 만나기도 어렵고 출산을 앞둔 와이프 걱정에 어디 식당 하나를 가기도 망설여진다. 걱정스러운 나날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 받으니 가슴이 따뜻해진다.    살아가며 몸소 느끼는 것이 있다. 그중 하나는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거다. 눈빛만 봐도 다 아는 사이는 어떤 사이일까. 우리 부부도 2010년 부터 연예를 했으니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만큼 이제 합을 맞추기도 쉽고 상대가 어떤 걸 원하는 지 알아차리기도 쉽다. 그치만 이런 부부 사이에도 말하지 않으면 알 지 못하는 마음도 많다. 괜히 오해를 하고 상처받고 알아줄 거라 기대한 것에 비해 몰라줘서 속상한 경우도 있었다. 같이 살고 가장 대화를 많이하는 아내와도 이런 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같은 서울에 살지만 거리가 멀어 부모님과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얼굴을 본다. 부모님은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실까. 가정을 이루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될 예정이니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실까. 크면서 더 잘해주지 못한 게 생각나실까 아니면 기대한 대로 잘 커줘서 너무 대견해 하실까. 정확한 마음은 알 길이 없다. 예전에는 스스로 살가운 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오히려 나한테도 차가운 면이 있는 것 같다. 좀 더 자주 전화도 하고 뵙고 부모님 건강이나 주변 일들도 챙겨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부모님과 가까이 사는 누나가 부모님을 자주 보고 더 잘 챙겨줘서 고맙기도 하다. 이런 누나에 대한 고마움도 전한 적은 없었다. 낯간지럽다고 해야할까 부모님이나 누나에게 툭 터놓고 마음을 전한 적은 어릴 적부터 손에 꼽게 적었다. 그것도 크면서

둘째 맞이 / 211220 Da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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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를 맞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오늘 아내와 준비를 해봤다. 아내는 병원에 입원을 했다가 조리원까지 3주나 집을 비울 예정이다. 아내는 그동안 필요할 물건들을 직접 정리해본다. 내가 집에서 가져다 주면 좋은 데 사정이 그렇지 않다. 코로나 때문에 방문이나 면회가 일절 어렵기도 하고 첫째를 돌봐야하니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다. 아내가 짐을 챙기는 동안 나는 주방을 정리한다. 커피머신 옆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에어프라이기를 옮겨준다. 에어프라이기가 있던 자리에는 젖병 소독기를 올려놓는다. 거실에도 짐들을 옮겨서 둘째가 누워 있을 자리를 만들어 봤다. 첫째 아들의 책으로 둘러 쌓인 거실에 한 켠에 자리를 마련했다. 아기침대는 아파트 이웃분께 나눔을 받아 안방에 마련해두었다. 당근마켓을 통해 카시트도 나눔 받았다. 아내는 당장 필요한 기저귀를 비축해놓았고 예전에 받아두었던 손수건과 배냇저고리를 꺼내놓았다.   아내와 함께 앉아 잠시 첫째 아들이 갓난 아기일 때를 떠올려봤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단 둘이서 강원도 바닷가에서 아들을 키웠다. 초보 엄마아빠로서 기저귀도 갈고 분유도 주고 트림도 벌벌 떨며 시켰다. 밤에 칭얼거리면 번갈아 가며 일어났고 아기가 울면 후다닥 분유를 타고 조심조심 목욕을 시켰던 그때가 벌써 한참 전 처럼 느껴진다. 그때는 첫 육아라 정신없이 키웠는데 이제는 그 모든 과정을 아는 상태에서 둘째를 맞이하려니 오히려 걱정이 된다. 한 번 해봤으니 수월할 수도 있지만 그 힘든 과정을 잘 알기에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집을 정리했다. 필요한 물건을 갖춰놓았다. 마음가짐도 다잡아 봤다. 그래도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둘째가 오더라도 첫째가 서운해하지 않게 힘을 내서 놀아줘야겠다. 일단 첫째의 크리스마스 선물부터 포장을 해야겠다.    

함박눈 온 다음 날 / 211219 Day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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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눈이 펑펑 내렸다. 한 치 앞도 안 보일만큼 눈이 내리더니 아파트 단지에 눈이 가득쌓였다. 아이들이 모두 뛰어나왔다. 저마다 눈으로 놀 거리를 잔뜩 가지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시끌벅적 썰매를 끌고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한다. 작년 부터 유행한 눈오리 만드는 장난감도 등장해 여기저기 이쁜 눈 오리가 놀이터를 꾸며준다. 코로나로 쓸쓸한 연말이지만 펑펑 내린 눈을 보며 어른과 아이들 모두 함박 웃음을 짓는다. 미끄러질까 종종 걸음으로 눈 내린 놀이터를 돌아다니는 아들을 보니 나까지 웃음이 난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집에 안 들어간다고 한다. 노란 아기 상어 상갑에 눈이 다 묻고 패딩에 눈이 묻어도 너무나 신이 난 모습이다. 내일 되면 다 녹아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을 한다. 다행히 오늘도 눈이 가득했다. 밤 사이 눈이 조금 더 내렸는지 전날 있던 발자국도 모두 덮였다. 아침에도 신나게 눈 놀이를 하고 아들은 장모님 댁에 두고 아내와 카페에 왔다. 전주콩나물국밥 집에 가서 뜨끈한 식사를 하고 나니 몸까지 노곤해진다. 카페에 와서 창 밖에 눈을 보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니 너무나 좋다.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좋지만 역시 조금은 조용하게 있는 게 심신이 안정되는 느낌이다.  오늘 내일 눈으로 놀아주는 모든 엄마아빠들 힘냈으면 좋겠다. 응달에는 쌓인 눈이 벌써 빙판이되어 많이 위험해보였다. 이런 날 넘어지면 정말 큰일 날텐데 어르신들이 걱정이다. 침울한 연말에 선물 같은 눈. 모두가 안전하게 즐겼으면 좋겠다.

어느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 211218 Day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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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이 며칠 전부터 산타클로스와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재잘거린다. 아들이 갖고 싶어하던 선물은 진작 준비해놓았고 이제 남은 건 24일 밤에 꺼내놓는 것이다. 그리고 25일 아침에 아들과 함께 깜짝 놀라면 된다. 전 세계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한 어른들의 착한 거짓말. 이 산타클로스 이야기는 어디서 부터 생겨난걸까?  실존 인물인 성 니콜라우스 주교로 부터 이어진 이야기라고 한다. 그는 생전에 선행을 많이 배풀었고 그가 죽은 뒤 프랑스 수녀회에서 그 뜻을 이어가기 위해 가난한 아이들에게 12월 5일 선물을 나눠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풍습은 전 유럽으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17세기 네덜란드 인들이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자선을 베부는 사람을 '성 니콜라오'라고 불렀고 이것이 영어 발음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산타클로스는 북극에 살고 있고 전 세계 아이들 중에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있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 커다란 자루에 선물을 가득 싣고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고 전 세계 어린이들의 집을 찾는다. 선물은 착한 아이들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이 선물을 받을 수 있는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는 산타클로스에게 선물을 받는 날로 아름답게 기억한다. 더 커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기 전까지.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내 아이 뿐만 아니라 아이들 모두에게 눈길이 간다. 뉴스에서 아이가 학대를 당하거나 가난하게 생활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미어진다. 그 전까지는 덤덤했던 소식들도 부모가 되고서는 가슴이 뜨겁게 떨리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한다. 산타클로스의 이야기 처럼 전 세계 아이들이 적어도 크리스마스에는 소외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싸고 화려한 선물은 아니더라도 작은 선물을 아이들이 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세상에 누군가는 너를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다는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성 니콜라우스 주교의 작은 마음이 전세계에 지금까지 전해져

집에서는 공부가 왜 안 될까 / 211217 Day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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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를 할 때는 카페나 독서실을 이용하는 편이다. 카페를 가면 머리를 깨워주는 커피를 마시며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 깨끗한 화장실도 있고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다. 카페 음악을 들으며 분위기를 즐길 수 있고 허기를 달래 줄 간식도 먹을 수 있다. 독서실도 집중하기 좋은 장소에 이어폰으로 원하는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할 수 있다. 놀라운 점들은 사실 위에서 말한 모든 걸 집에서도 할 수가 있다. 원목 테이블, 블루투스 스피커, 각종 간식들이 있고 누가 뭐라고 해도 가장 편안 내 집의 화장실이 있다. 그리고 와이프가 강력히 주장해서 해외직구한 에스프레소 머신까지 있어서 커피도 웬만한 카페보다 맛이 좋다. 그런데 왜 카페나 독서실을 가야만 공부가 더 잘 될까?     집에서는 우선 시선 닿는 곳마다 내가 해야할 일이 보인다. 거실에는 어질러진 책들과 장난감들이 있고 다용도실에는 세탁을 기다리는 빨래들과 빨리 버려달라는 종량재 봉투가 날 기다린다. 바닥에 지저분한 게 보이면 바로 청소기를 돌려야할 것 같고 화장실에 가면 샤워를 하다가 봤던 물때가 생각난다. 왠지 가습기 청소도 해야할 것 같고 공기청정기 필터도 한 번 살펴봐야 할 것 같다. 햇볕 좋은 날엔 먼지 털고 이불 빨래를 해야할 것 같고 비 오는 날에는 미세먼지도 적으니 환기도 한 번 시켜야 할 것 같다. 눈길 닿는 곳마다 해야 할 일이 떠오르고 공부를 하다보면 잠깐 하는 집안 일이 어찌나 재미있는지.. 대학교 시험시간에도 뉴스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내 집중력을 흐뜨리는 게 너무 많다.    옆에 아무도 없는 것도 문제다. 독서실이나 카페를 가면 열심히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을 보며 나도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이 든다.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고 하지 않던가. 게다가 나는 예전부터 그런 분위기에 잘 동조되는 편이었다. 재수를 할 때 독서실에서 독학을 했으면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재수 종합반의 타이트한 학사관리를 받는 게 체질적으로 잘 맞았다. 집에서

차갑게 식은 연말 분위기에도 갓 삶은 족발은 따뜻하겠지 / 211216 Day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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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2021년 12월의 절반이 지났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크리스마스이고 2022년 새해를 맞는다. 이번 연말은 폭증하는 코로나 환자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어느 때 보다 차분하다. 연말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나 가족들끼리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 평소에 사람들을 만나는 건 많이 못한다. 아이를 키우고 레지던트를 하며 임신한 아내와 함께 살다 보니 사람들 만나러 나가기가 쉽지 않다. 거기에 코로나가 직격탄으로 날라와 모든 모임이 취소되어 버렸다. 많이 아쉽다.   어릴 적에 우리 집은 외식은 많이 했어도 시켜먹는 건 잘 안했다. 그 이유는 부모님이 배달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갈비를 먹으러 고기집도 자주 가고 횟집도 많이 갔었다. 그 당시만 해도 배달음식으로는 00반점, 황룡00, 00문 등 중화요리가 대부분이라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연말에는 꼭 족발을 시켜먹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단지 집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도 집에서 먹어도 쫄깃하고 야들야들한 족발이라 그러지 않았을까. 그래서 어릴 적 연말 기억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걸 가지고 놀면서 12월31일에 족발을 먹었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일 년에 마지막 날에는 꼭 보신각 타종 행사를 보고 잠에 들었다. 그때는 이제 한 살을 더 먹는 다는 설렘이 있는 나이였다. 외갓집 어른들께서 오시면 어른들은 화투를 치시고 애들은 신나게 밤 늦게까지 놀곤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맛있는 음식들, 티비에서 나오던 각종 시상식들 그리고 이를 전하는 아나운서의 떨리는 목소리까지.  확실히 30대에 들어서니까 무덤덤해진다. 대학생 때만 해도 학년이 올라가다 보니 확실한 변화를 느꼈던 것 같다. 일을 시작하면서는 연말에 바쁘다 보니 몇 해는 스리슬쩍 지나갔었다. 감상에 젖을 여유가 없어서일까. 그리고 한 살 더 먹는 게 달갑지 않기도 하다. 밤을 새우고 나도 쌩쌩했던 대학생 때의 나는 어디가고 조금만 늦게 자도 낮에 멍한 내가 되었는지. 시간이 점점

언제나 먹어도 좋은 닭강정 / 211215 Day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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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나에게 치킨을 사준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있을까? 치킨과 닭강정은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다양한 요리로 만들 수 있고 맛이 좋은 닭고기를 튀겨냈으니 맛이 없을 수 없다. 치킨과 닭강정의 차이는 무엇일까? 닭강정은 위키백과에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닭강정은 닭튀김에 마늘과 고추 등 양념을 넣고 간장 (혹은 고추장)과 물엿을 넣고 졸여내거나 볶아내는 음식이다. 견과류를 고명으로 얹기도 한다. 양념치킨과 유사하지만 다른 음식으로 양념치킨보다 물엿이 많이 들어가고 닭 조각이 작다.'   이 설명 처럼 닭강정은 치킨과 유사하지만 강정처럼 물엿으로 겉을 감싸고 치킨 보다는 작은 닭으로 만들어진다. 속초에서 유명한 닭강정은 식혀 먹어도 맛있다고 선전하지만 아직까지 식혀서 더 맛있는 닭강정은 만나지 못했다. 시장에서 파는 닭강정 중에 오전에 버무려놓고 쌓아두고서 파는 경우 있다. 그래도 맛이 있지만 역시 갓 튀겨서 만든 닭강정을 따라갈 수는 없다. 바삭한 치킨의 매력도 있지만 닭강정이 끌리는 날이 있다. 요즘은 닭강정도 기본, 양념, 매콤, 간장 등등 다양하게 준비가 되어 있고 브라질산 닭고기 덕에 크기는 커지고 가격은 저렴해졌다. 거기게 치킨무를 곁들여 먹으면 느끼함을 새콤함으로 잡아줘서 계속 먹을 수 있다. 갓 튀겨 나온 닭강정에 새콤한 치킨무 하나면 한 박스 뚝딱이다. 탕수육도 부먹파인 나는 달큰한 소스에 버무려져 튀김옷이 살짝 흐트러진 닭강정이 너무나 맛있다... 세상에는 여러가지 행복이 있다. 집 근처에 맛있는 닭강정 집이 있는 것도 행복이 아닐까.

수염 / 211207 Day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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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근을 안 하다보니 수염을 다시 기르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다닐 수 있으니 덜 부담스러워서 예전보단 눈칫밥을 덜 먹는다. 수염을 기르는 것의 장점은 우선 면도를 안 해도 되는 것이다. 매일 아침 화장을 하는 것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면도도 번거로운 면이 있다.   우선 면도기에는 크게 칼 면도기와 전기면도기가 있다. 칼 면도를 하려면 따뜻한 물에 세수를 하면서 입술 주변을 충분히 적셔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이발소에서 해주는 것 처럼 뜨뜻한 수건을 덮어주면 더 좋겠다. 면도 거품을 입과 볼에 두른 뒤 부드럽게 면도를 시작한다. 너무 빨라도 안 되고 너무 힘이 강해도 안 된다. 마치 풍선에 면도거품을 바른 것 처럼 천천히 집중해서 면도를 해야한다. 수염의 결을 따라 면도를 하고 마지막에 반대방향으로 깨끗히 밀어주면 촉촉하고 수염이 없는 상태가 된다. 신생아 발바닥처럼 보드랗다. 이렇게 좋은 칼 면도이지만 내가 미숙해서인지 아무리 신경을 써도 피부가 붉어지거나 가느다란 상처가 나서 핏기가 맺히는 경우가 있다. 찬물로 세수를 해서 피부를 탱탱하게 하고 지혈을 시켜준다. 쿨향 나는 애프터쉐이팅 로션까지 해줘도 쓰라림과 보이지 않는 피부손상을 모두 피할수는 없다.   전기면도기는 칼 면도기에 비하면 정말 편하다. 징징하고 석석하다 쿵쿵하면 끝이다. 징징은 시끄러운 전기 면도기의 시작 소리다. 전기면도기를 수염으로 가져가면 석석 소리를 내며 수염이 잘려나간다. 한 번에 깨끗해지지는 않아도 몇 번 해주면 칼 면도 보다 훨씬 빨리 면도가 끝난다. 마지막으로 전기 면도기에 모인 수염을 털기 위해 세면대에 쿵쿵해주면 깔끔하게 끝이다. 정말 편리하지만 전기면도기로는 아무리 잘 해도 칼 면도를 따라 갈 수는 없다. 기분 좋게 면도를 마치고 잘 만져보면 거칠거칠한 수염이 여전히 남아 있다. 칼 면도를 하고서는 아들한테 얼굴을 부빌 수 있지만 전기 면도를 하면 아들이 분명 싫어할 거다.     장황하게 써봤지만 사실 길어도 5분이면 끝날 일이다. 매일 면도

플렉스를 하고 더 열심히 살자/ 211214 Day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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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월급을 받으면 필요한 곳에 쓰고 남은 건 저축을 하거나 투자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나 역시 차곡차곡 돈을 벌어서 아껴 쓰며 과소비를 지양하는 게 정답으로만 알았다. 초등학생 때 학교에 찾아오던 새마을금고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부모님께 받은 3천원을 매주 저축했다. 통장에 돈이 쌓이는 걸 보면서 저축의 즐거움을 배웠고 모은 돈으로 장난감이나 가방을 샀던 즐거움도 있었다. 예전에는 나라에서 저축왕도 선발했다고 하고 과소비는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교과서에서도 본 것 같았다. 한 마디로 저축을 유도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있었다. 나 역시 그렇게 커 왔고 현재도 절약하며 저축을 잘 하는 중이다.  그런데 오늘 새로운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유튜브에서 보았다. 바로 당장의 저축 보다는 돈을 많이 쓰고 이를 위해 더 많이 벌자는 마인드이다. 그 사람은 돈을 쓰는 데 거리낌이 없이 Flex를 하면서 그 순간에 얻는 만족을 더 중요시한다. 그리고 돈을 쓰는 과정에서 돈을 벌기도 하고 쓴 만큼 더 열심히 일하자는 주의이다. 내 상식에서는 벗어난 일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굉장히 궤변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지 않은가. 그 사람의 마인드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거기에는 소비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차를 좋아하면 선호하는 브랜드의 차량을 몰고 컴퓨터를 좋아하면 고사양 컴퓨터를 구매하고 운동이 좋으면 의류와 기구를 마련하고 뮤지컬을 N차 관람을 하고 해외직구로 고가의 피규어나 만화책을 모으는 식으로 말이다. 사람이 살면서 좋아하고 즐거움을 얻는 걸 찾기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돈을 써서 큰 만족을 얻게 되는 건 어쩌면 가장 돈을 현명하게 쓰는 거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그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아니 거기에 오백을 태워??'라고 생각할거다. 그런 시선은 잠시 무시해도 좋을 것 같다. 나에게 가장 큰 만족을 주는 걸 알고 거기에 소비를 한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소

아이에게 무심코 던지는 말 / 211214 Day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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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말 한마디 하나도 조심스러워진다. 섣불리 한 말이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가 있다. 많은 대화 속에서 내가 지나 가는 말로 한 말이나 행동이 아이에게는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오늘 저녁에 아들이 '아빠는 나 혼냈잖아'라고 말을 한다. 아빠가 언제 그랬는지 물어보니 전에 손가락을 빨고 있을 때 일이었다. 밖에서 신나게 놀고 들어와서 손을 씻기 전에 손가락을 입에 가지고 갔다. 엄지손가락을 쪽쪽 빨길래 내가 깜짝 놀라서 아이를 다그쳤던 게 아이는 많이 놀랐나 보다. 그때 아빠가 왜 그랬는지, 화가 났던 게 아니라 네가 배 아플까봐 그랬다고 천천히 설명을 해주었다. 그래도 그때 놀란 가슴은 여전히 생생한가 보다. 살짝 다시 슬퍼지려 하는 것 같아 꼬옥 안아 줬다.   아이를 너무 사랑하지만 키우는 건 처음이기에 마음만 앞선다. 와이프를 따라 부모가 되면서 책을 여러 권 읽었다. 자녀의 교육에 대한 책들도 읽어 봤지만 눈길이 잘 가지 않았다. 육아 그 자체에 대한 책에 더 눈길이 갔다. 그 중 오영은 박사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가 곱씹어 읽어볼 내용이 많았다. 이제 아이가 5살을 앞두면서 굉장히 많은 말을 한다. 수많은 질문 세례와 자기 주장, 동의를 구하고 반박을 한다. 대화상대로서, 아이가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아빠로서 대화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그때 마다 오영은 박사의 책을 펼쳐본다.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팩트체크를 할 필요는 없다는 대목이 있었다. 아이가 하는 말 중에 맞는 말도 있고 틀린 말도 있을텐데 그걸 하나하나 지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나중에 아이는 지적받으면서 배운 사실 보다는 아빠와 대화를 하는 즐거운 상황과 자신이 알고 있는 걸 설명해주며 스스로 뿌듯해하는 느낌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아들이 책을 읽고 와서 조잘거릴 때 우선 귀 기울여 들어야겠다. 맞장구 쳐주고 진심으로 기특해줘야겠다.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은 책을 같이 읽으면서 다시 알려줘야겠다.

냉장고와 세탁기가 없는 집 / 211212 Day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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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가보면 정말 화려하게 꾸며놨다. 거실은 튼튼해 보이는 쇼파와 커다란 티비가 벽에 달려있다. 주방에는 알록달록한 냉장고가 빌트인으로 설치되어 있고 식기세척기와 김치냉장고까지 숨어있다. 모노톤으로 꾸며진 욕실과 천정형 에어컨이 달린 방들이 깔끔히 정돈되어 있다. 이 시대에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파트를 구현해 놓았다.   10년 후 모델하우스를 방문해보면 어떻게 변해 있을까? 시대에 따라 아파트의 모습도 많이 변해왔고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예전 집들은 40평대에서나 화장실이 두 개였는데 지금은 20평대에도 화장실을 2개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20평대라면 당연히 큰 안방과 작은 방의 투룸 구조였다면 지금은 작더라도 방 3세개가 기본이다. 또 40,50평대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국민평수라고 불리는 전용 84mm²가 주로 분양된다. 앞으로 아파트는 주방이 적어지고 그만큼 거실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 일부 고급 아파트와 호텔형 아파트에서는 관리비에 조식, 중식이 포함된다고 한다. 언제든 깔끔한 식사를 할 수가 있고 가격도 그렇게 높지 않아서 입주민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1인, 2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서 집에서는 음식을 해먹지 않는 집들도 많다고 한다. 매번 메뉴를 고민하지 않아도 맛있는 식사가 제공된다면 정말 편하겠다. 식사 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청소나 빨래를 처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도 있다고 한다. 주 1-2회 집안 청소를 해주고 전등이나 욕실에 문제를 관리해주고 소모품을 교체해주시고 한다. 빨래 주머니에 세탁물을 모아두면 정해진 날에 수거했다 집 앞까지 가져다 준다고 한다. 마치 장기투숙하는 호텔과 비슷하다. 화려한 호텔방도 사실 그렇게 넓어보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옷장과 주방이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 요즘은 물관을 보관해주는 서비스들도 곳곳에 존재한다. 겨울철이나 여름에만 사용하는 가전이나 자주 안 쓰는 짐들을 집 밖에 개인 창고에 보관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파트

잠 못 이루는 밤. 숨 고르는 날 / 211211 Day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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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지만 가끔씩 밤에 잠이 안 올 때가 있다. 이유 없이 한숨이 나오고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다. 딱히 슬픈 일도 없는데 괜히 우울하다.  곰곰하게 생각을 해보면 보통 그런 날은 집에서 쉬는 날이다.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 말고는 일을 하지 않은 날이다. 출근을 안 하는 날, 운동을 안 하는 날 그리고 일을 미뤄둔 날에 그랬던 것 같다. 어떤 이유에서든 일을 안 할 날에는 기분이 좋지 않다. 공부도 해야할 게 많은 것 같고 자기 계발을 해야할 것 같고 운동도 하고 집안에 일도 해야할 것 같은데 아직 안 한 느낌이 든다. 해야하는 일을 하지 않았는데 피곤해서 불쾌한 감정이 든다.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열심히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다. 한의사와 관련 된 일 말고도 한창 뜨고 있는 코딩이나 부동산, 주식에 관해서도 공부를 해야할 것 같다. 여전히 영어공부와 일본어 공부를 하고 싶기도 하고 사실을 해야 할 것 같다. 왜 이렇게 가만히 있지 못하고 다양한 일과 나의 계발을 해야한다고 느끼는 걸까. 책을 고를 때도 소설 보다는 실용서나 자기 계발서를 주로 보는 편이다. 사실 가만히 있어도 괜찮은 건 아닐까? 충분히 쉬고 푹 쉬어서 더 열심히 일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오히려 나를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하고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며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나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무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열심히 하려는 사람 보다 가끔은 쉼표를 찍을 줄 알고 온전히 쉴 줄 아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돌이켜 보면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하자는 급훈은 선생님이나 학교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개인에게는 꼭 그렇지 않을 수 있겠다. 너무 힘든 것을 끝까지 붙잡을 필요는 없어. 최선을 다하는 건 좋지만 자신을 잃으면서 까지는 안 해도 돼. 가끔은 푹 쉬어야 할 때도 있는 거야. 이런 말을 수험생에게 해줘도 될 지는 모르겠다. 다만 사회

우리 몸이 평생 약정인 스마트폰이라면 / 211210 Day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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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몸을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해보자. 공장에서 조립해서 포장되기 전까지를 사춘기 전까지로 보고 정성껏 포장된 새 스마트폰을 2차 성징이 끝나가는 중, 고등학생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중고생 때는 한창 피부도 좋고 꾸미지 않아도 예쁘다. 머리도 빠르게 잘 돌아가고 밤 늦게까지 몇 시간이고 게임이든 공부를 해도 다음날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식욕이 왕성하고 소화력도 좋으며 새로운 문화나 세상의 변화도 가장 먼저 잘 받아들인다. 새로 나온 스마트폰이 세련된 외관에 기능적으로도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고 최신 기능을 선보이는 것 처럼 말이다.   차기작이 나오기 전까지가 스마트폰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스마트폰에 딱 맞는 케이스도 많고 악세서리도 다양하게 출시된다. 최신 스마트폰의 사양에 딱 맞게 게임도 출시가 되고 OTT 업체들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쩌다가 스마트폰이 고장나더라도 센터에 가면 서비스 기간이 남아 있거나 바로 수리를 할 수 있다. 센터를 왔더니 옆에는 부품을 구하기 쉽지 않아 수리하는 데 시간과 발품이 더 드는 3,4년전 스마트폰이 보인다. 전혀 내 일이 아닌 것 같다. 이 시기는 사람의 20-30대에 해당하는 것 같다. 패션과 영화, 음악 등 여러 문화와 산업에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세대이다. 기성세대가 되기 전 가장 자유롭게 활동하고 많은 가능성이 열러있는 세대이다. 어쩌다 몸이 아프더라고 아직까지는 금방 자리에서 털고 일어날 수 있다. 세대 차이나는 윗사람들이 젊을 수록 건강에 신경쓰라는 데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제 스마트폰을 쓴 지 2-3년이 지나면 눈에 띄게 문제가 생긴다. 점점 버벅이고 예전에 잘 되던 것들이 안 되기 시작한다. 인터넷에서 요구하는 데이터량은 늘었는데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더 떨어지니 점차 문제가 심각해진다. 조금만 오래 쓰면 발열이 생기고 액정에 누렇게 된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생겨나는 데 이제 이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게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다. 오랜만에 핸

여행의 분위기 / 211209 Day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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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한 달만 지나면 벌써 아들이 5살이된다. 이 녀석이 요즘 한창 땡깡을 피우고 자기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지난 11월 여행을 갔을 때도 어찌나 땡깡을 피우던지. 통영여수 여행의 마지막 날 바다를 떠나기 싫다고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이렇게 땡깡을 부리는 게 된 만큼 감정표현도 다양해졌다. 4박 5일 여행을 하면서 케이블카를 타고 유람선을 타고 몽돌해수욕장을 갔더니 어찌나 좋아하던지 꺄르르 웃고 너무 재밌다고 펄쩍펄쩍 뛰는 게 너무나 귀여웠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도 했었다. 아기가 어리고 나중에 기억도 못할텐데 꼭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가야할까? 부모님이나 장모님께 맡기고 와이프랑만 다녀올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이제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잠시 아들이 어린이집에 갔을 때 와이프와 점심을 사먹으면 이거 00이가 좋아하는 데, 나중에 여기 한 번 데리고 오자 하는 식의 이야기가 끝이지 않는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 다고 잠깐 아들이 곁에 없으면 꽤나 어색하고 잘 먹고 있는지 잘 놀고 있는지 걱정이 된다. 그러고는 하원 시키면 다시 으이그 이 땡깡쟁이 하게 되는 게 우습다.  여행에 아들을 늘 끼고 가고 싶은 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그 분위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부모님과 여행을 참 많이 다녔다. 정확히 어디를 갔었고 무엇을 봤는지는 사실 기억에 크게 남지는 않는다. 새벽에 고기 반찬으로 코다리 강정을 먹으며 관광버스를 타고 갔었던 대둔산의 단풍여행이 기억나고 산에서 텐트 치고 자다가 비가 많이 와서 급하게 비 맞으며 차로 갔었던 기억도 어렴풋이 난다. 사륜구동 SUV를 자랑하던 아버지 친구에게 시냇물 건널 수 있냐고 했다가 차가 빠져서 경운기의 도움을 받았던 기억도 슬쩍 지나간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갔던 여행은 거의 기억이 안 난다. 그치만 기억에 남는 건 아버지가 주도적으로 가족들을 주말마다 여기 저기 끌고 다녔기 때문에 나와 누나는 월요일 부터 어디를 갈 지 두근거렸던 것이다. 금요일 밤에는 어디를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 211208 Day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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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해 연말에 신년 계획을 세우곤 했다. 신년 계획을 다 모아 본적은 없지만 대체로 비슷했던 것 같다. 일주일에 책을 1권씩 읽자, 주 2회 운동을 하자, 체중을 5kg 정도 줄이자, 전공에 관한 이런 분야 책들을 보자 등이 거의 매년 반복되었던 것 같다. 3년 전 현재 직장에 취직하면서는 워낙 바쁘게 일하기도 했고 그 사이 아들도 키우다 보니 계획을 그동안 못 세웠다. 아마 계획을 세우려고 했어도 육아와 직장 일 때문에 극히 간소화되었을 것 같다. 그동안 신년 계획을 세웠던 것은 학생이고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전이라 시간이 많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많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현재는 정말 육아와 직장 일로 남는 시간이 많이 없는 편이다. 얼마나 남을지, 또 갑자기 어떤 일이 생길지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스터디를 계획하기도 어렵다. 가끔씩 2-3시간 남는 시간이 생길 때 이 시간을 어떻게 하면 값지게 쓸 수 있을까 고민할 뿐이다.    자주 찾아오는 시간이 아니기에 처음에는 많은 일들을 하려고 했다.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밀린 일들도 처리하고 그랬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을 을 한거라 뿌듯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뭔가 휴식을 취한 것도 아니고 후다닥 일처리만 한 느낌이 들었다. 육아를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쉬는 시간이 없는 것이다. 식당에도 요즘은 break time이 있는데 육아에는 없다. 잠깐 아이가 혼자 잘 놀면 그게 쉬는 시간이다. 온전히 1-2시간을 푹 쉴 수는 없다. 그래서 후다닥 많은 일을 하려고 했던 건데 지나고 보니 남는 게 적었다. 요즘은 전략을 바꿔서 남는 시간에는 보통 한 가지 일만한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미리 해놓았다. 장난감 방 구석에 책상을 가져다 놓고 공부할 책들을 따로 모아놨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볼 수도 있게 이어폰과 거치대를 준비했다. 음악을 들으며 블로그를 할 수 있게 스피커도 세팅해놨다. 온전히 일에

책상머리 / 211206 Day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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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상머리나 지키다'는 다음과 같은 뜻이다. '현실과 부딪치며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지 아니하고 사무실에서만 맴돌거나 문서만 보고 세월을 보내다.' 세상에는 책상에 앉아서 알 수 있는 일들고 있지만 책상 밖에서만 알 수 있는 일들도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방구석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편한 세상이다. 유튜브에는 정말 모든 분야에 대한 정보가 넘쳐난다. 보통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영상을 보지만 가끔은 알고리즘을 타고 전혀 알지 못한 세상을 만나기도 한다. 오늘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는 세상의 다양한 직업으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38세의 젊은 전업 부동산 투자자가 있었고 23세의 부지런한 자동차 랩핑업체를 운영하는 청년 그리고 33살에 두피문신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장님까지. 세상에 수많은 직업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같은 나라에서 나와 같은 20-30대 남성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생생하기 보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부끄럽게도 사실 나는 직업에 대해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부모님께서는 맞벌이를 하셨고 두 분 다 거의 30년 근속하시고 은퇴를 하셨다. 이런 부모님을 보며 성장한 나는 당연히 어른이 되면 어딘가에 취직해서 돈을 버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했다. 리스크가 있는 사업 보다는 안정된 직장에서 차곡차곡 저축하는 삶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줄 알았다. 그렇지만 세상에 나와 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고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 경제적 자유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예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직업들이 매일같이 들려온다. 요즘 서울의 4년제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잘 안된다는 데 신기한 일이다.   과거 부모님 세대에는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나의 부모님 뿐만 아니라 50-60년대 베이비붐 세대이신 분들께서는 대부분 하나의 직장에서 평생 일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예전 보다 이직도 활발해

긴 코로나의 터널 / 211205 Day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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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코로나 바이러스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30대인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이다. 나에게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먼 나라에서 발생한 전쟁보다도 오히려 직접 겪다보니 더 크게 나가온다. 당장 집 밖으로 나갈 때 마스크가 없으면 이상한 사람이 된다. 개인의 자유 보다 백신접종을 강권하는 게 더 중요시 되는 사회 분위기,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고생하는 의료인들과 자영업자들이 수없이 많다.  지금까지 살면서 인생에 기억에 남을 사건은 2002년 월드컵과 2009년 수능시험이었던 것 같다. 혈기왕성한 중학생 때 정말 매경기 가슴을 고동치게 만들었던 2002년 월드컵, 그리고 학생으로서의 모든 노력이 들어갔고 재수까지 한 뒤에 봤던 2009년 수능 역시 여전히 잊지 못할 추억이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 직장생활을 하며 맞이한 2020년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정말 지겹게 함께하고 있다. 나중에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다시 골라본다면 이제는 2020년에 우리 삶을 뒤흔든 COVID 19가 1순위이다.  처음에는 병원에 환자수가 살짝 줄은 게 체감이 되었다. 병원에서 예진을 보는 일을 할 때였다. 코로나가 처음 터지기 시작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외출을 삼가다 보니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수도 꽤나 줄었다. 입구에서는 전직원이 돌아가며 내원객들 체온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밖에서는 마스크가 부족해서 마스크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꾸준히 해왔던 의료봉사활동과 대민지원업무도 모두 중단되었다. 보건소에서 일하던 아내 역시 코로나로 인해 업무가 과중해졌고 결국 허리통증으로 고생하기까지 했다. 부모님께서도 확진자와의 접촉 때문에 14일이나 자가격리를 하셨다. 직장 동료의 아내, 두 아들, 장모님까지 온 가족이 확진되어 직장 동료가 몸 고생과 마음 고생을 했던 일도 있었다.  이 긴 코로나의 터널에서 언젠가는 나올 날이 반드시 있을거다. 이제 막 4살이 된 아들이 걷기 시작할 무렵부터 늘 써왔던 마스크

동네 탐험가 / 211204 Day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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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게 어릴 적 부터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관심이 갔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는 무엇이 있고 그 옆에는 또 뭐가 있는지 궁금했다. 어릴 때 아버지 차 뒤에서 본 동네 풍경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았다. 오죽하면 어릴 때 장래희망이 내가 살고 있는 곳의 구청장이었을까.   어릴 때는 부모님과 함께 동네 산책을 하는 게 좋았다. 자전거를 혼자 타기 시작하면서 나 혼자 갈 수 있는 거리는 조금 더 멀어졌다. 방학 때는 물과 과자를 가방에 담아서 자전거를 타고 모험을 떠났다. 집을 중심으로 가장 동쪽으로, 서쪽으로, 북쪽으로, 남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전날 인터넷으로 지도를 살펴보고 정해진 길을 찾아가는 게 재미있었다. 고척동을 중심으로 기억나는 건 동쪽으로는 신도림, 영등포, 여의도가 있었다. 북쪽으로는 안양천과 한강의 합수부가 있었고, 서쪽으로는 부천, 인천이 있었다. 남쪽으로는 고척동 옆을 지나는 안양천의 상류가 있었다. 고척동의 안양천은 엄청 커다랗고 물은 탁했는데, 상류로 올라갈 수록 폭이 좁아지며 물이 깨끗해져서 동네 개천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동네에 대한 관심은 계속된다. 수단은 자전거에서 자동차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동네 탐험을 구석구석 하는 걸 좋아한다. 동네의 변화하는 모습을 관심 있게 보는 건 여전한 취미이다. 동네 공사장을 유심히 보는 할아버지들이 계신데, 나 역시 나중에 그러지 않을까 싶다. 요즘 처럼 추운 날에도 이걸 즐길 수 있는데, 바로 인터넷 지도에 있는 로드뷰이다. 추운 날에도 지리를 알 수 있고 여행할 곳의 상황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구글의 로드뷰를 통하면 전세계 어디든지 방구석 여행이 가능한 세상이다. 동시에 우리나라라면 옛 모습을 보기에도 용이하다. 네이버, 다음 지도에서는 로드뷰를 만들기 시작한 2010년도 부터의 로드뷰 모습도 찾아 볼 수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대규모 재개발 과정을 거쳤다. 이 동네의 옛 모습은 어떨까하고 궁금해서 찾아본 적이 있다. 동네의 작은 수퍼

자식에게 내 모습이 보일 때 / 211203 Day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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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커 가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내 모습이 보인다. 낯선 환경에 처음 적응하는 데 애를 먹고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어려워하는 게 닮았다. 선생님과 주변 어른들이 어쩜 이렇게 차분하고 조용하냐며 칭찬을 듣는 것도 똑같다. 엄마아빠를 따라다니며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것도 어릴 때의 나와 닮았다.  자식에서 나와 닮은 면을 발견하는 건 당연해보인다. 나의 유전자가 절반은 들어갔으니까. 그리고 같이 먹고 자고 이야기하니 말투나 행동도 자연스럽게 닮기도 할 것이다. 이런 마땅해 보이지만 생경한 경험은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자식에게 보이고 동시에 단점도 보이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단점이 더욱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내가 알게 된 나의 단점들이 자식에게서도 더 잘 보인다. 내 자식은 조금만 그런 부분을 고치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너무 순하고 착해서 할 말을 잘 못하는 모습이 안 쓰럽기도 하다. 당장은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요즘 세상에 조금 더 할 말을 하고 살아가길 바란다.  그런데 이건 나만의 마음 속에 담아두는 것으로 끝내야겠다. 당장 나부터도 내 부족한 점을 알고 있고 계속해서 고치려고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낀다. 하물며 아직 어린 자식에게 많은 걸 기대해서도 안 될 것 같고, 스스로 느끼기 전에 외부에서 고치려고 하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자식은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많은 가능성을 가질 수도 있고 의외의 모습도 많이 보일 수 있다. 자식은 내가 아니니까, 자식은 어린 어른이 아니라 그냥 아이니까.  이런 저런 생각은 나중에 아들이 조언을 구할 때나 살짝 꺼내도록 해야겠다. 그전까지는 어떻게 하라고 채근하지 말아야겠다. 내 자식을 하나의 존재로 인정하고 한 쪽으로 이끌려고 하기 보다는 온전히 자식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고 키워야겠다. 하우스 안에서 이쁘게 자란 꽃 보다는

겨울에도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 / 211202 Day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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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따뜻해서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 여름에 반팔, 겨울에 자켓이면 충분했으면 좋겠다. 12월을 앞두고, 비가 내린 11월의 어느 날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어떻게 이렇게나 기온이 빠르게 낮아질 수 있는지 새삼 감탄하며 옷장에서 겨울옷을 꺼내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따뜻했는데,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가을옷 입기 딱 좋았는데.. 정말 가을이라 부를 수 있는 날씨는 2주 밖에 안 되는 것 같다. 거리에 울긋불긋 낙엽들이 바로 지금이 우리의 전성기가 찾아왔다고 의기양양하게 소리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비 오고 바람 한 번 부니 말 그대로 추풍낙엽이 되어 초겨울의 스산한 느낌만 만들어냈다.   만약 우리나라가 늘 따뜻하다면 어떨까? 일년 내내 여름처럼은 덥고 습한건 끌리지 않는다. 여름에는 반팔 정도면 더위를 이겨낼 수 있고 추울 때는 자켓 하나만 걸쳐도 추운 느낌이 없으면 딱 좋겠다. 언제든지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훈련하는 군인들도 혹한기 혹서기를 피해 그 노고를 조금이나마 덜었으면 좋겠다. 나 여기 있소라고 크게 외치며 자리 차지하는 겨울 외투들도 모두 옷장에서 비켜준다면 훨씬 마음이 가벼울 것 같다. 여름철 열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겨울철 새벽녁에 특히 위험한 심장질환도 많이 줄지 않을까 싶다. 일년 내내 야외 공원에는 운동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겠다. 언제든 가볍게 입고 운동할 수 있다면 더 건강해 질 수 있지 않을까? 겨울이라 살을 찌워야 한다며 많이 먹지도 않을 것 같고, 어느새 찐 군살을 겨울 코트로 숨길수도 없을 것 같다. 다만, 아이들은 눈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것 같고, 옷 가게 사장님은 계절별로 옷들을 새롭게 전시할 일이 적어질 것 같다. 특유의 봄 분위기, 가을 분위기를 풍기는 옷들도 그 매력이 약간은 바랄 것 같고, 뜨거운 여름과 겨울에 거리에서 들려오는 대표곡들도 내적댄스를 덜 불러일으킬 것 같다. 봄맞이 대청소는 가벼운 정리정돈으로 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