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를 덕후로 만든다. / 211230 Day 30
이전 글에서 결혼의 즐거움에 대해 글을 써봤다. 결혼생활은 서로만 아는 에피소드가 쌓이는 거라고 침착맨이 말했고 이에 공감한다. 덧붙여 연애 때는 즐겁고 좋은 에피소드 위주였다면 결혼을 하면 지극히 현실적인 에피소드들이 쌓인다는 점이다. 거기에 아이가 생기면 또 어떻게 달라질까. 아들 하나를 48개월간 키우며 느낀 점을 이야기해보자.
아이는 엄마아빠를 덕후로 만든다. 아이는 아이돌이 되고 엄마아빠는 팬클럽 회장, 부회장이 된다.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진 찍고 직캠을 하듯이 엄마아빠의 핸드폰에는 아이의 사진과 영상이 가득해진다. 인스타에 아이를 업로드하고 블로그에 포스팅하고. 기념일을 챙기고 거실에 커다랗게 인화한 사진을 걸어두고 감상을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벽에는 50일, 100일, 첫 돌 사진이 걸려있고 핸드폰에는 대부분 아들 사진과 영상으로 가득차있다. 엄마아빠는 펜클럽처럼 아이의 사진을 주고 받고 같이 즐거워한다. 서로만의 에피소드를 만들어가면서 같은 덕질을 하다보니 더 끈끈해지는 모양이다. 스타의 소식에 기뻐하고 슬퍼하는 팬들처럼 자식이 작은 일을 하면 너무나 대견하고 조금이라도 다치면 너무나 가슴이 미어진다.
아들이 요즘에 말을 쫑알쫑알 하기 시작하면서 아들과의 에피소드도 생겨난다. 자식이 없다면 부부 간의 에피소드만 생기지만 아들이 한 명 있으니 부자, 모자 사이에서도 에피소드가 생기고 셋이 같이 있으며 생기는 에피소드들도 많아진다. 이 때문인지 나는 아들이 두 돌을 지나고서 부터가 더 이뻤다. 그 전에는 갓난아기여서 하나하나 걱정스러운 면이 많았다. 두 돌 정도가 지나면 이제 갓난 아기 티는 벗고 쫑알대기 시작하면서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에피소드를 만들고 같은 덕질을 하는 게 자식을 키우는 결혼생활이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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