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알게 되었다 2 - 내가 혼자 큰 게 아니었구나- / 211230 Day 29

 아들이 하루하루 커가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 이제 자기 방의 조명도 켤 줄 알고 직접 마스크를 벗어 걸이에 걸어놓는다. 혼자 손도 잘 씻고 진작에 기저귀를 졸업하고 아동용 변기에 대소변을 본다. 대견한 아들을 보며 새록새록 이유식 만들어 주고 기저귀에 본 대변을 갈아주고 엉덩이를 씻겨줬던 기억이 난다. 아들은 커서 아빠엄마가 이렇게 일거수일투족을 신경써주고 챙겨줬다는 사실을 알까? 당연히 모를거리고 생각한다. 지금 기억도 가물가물할텐데 6-7살은 되어야 엄마아빠가 챙겨준 사실을 알려나. 나를 챙겨주었다는 사실 보다도 그 고마움을 과연 깨달을 지 궁금하다. 아빠도 사실 부모님이 챙겨주신 건 많이 까먹었거든.

 어찌보면 핏덩이로 태어나 지금까지 자란 건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이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나도 그랬고 사람들은 그 고마움을 잘 모른다. 그냥 내가 잘 자랐던 것 같다. 부모님이 신경을 못 써줬어도 내가 스스로 잘 자란 것이다. 부모님이 그렇게 키워주는 건 다른 부모님들도 다 하는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어느 정도 이렇게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를 키워보니 그게 아니었다. 정말 갓난 아기는 젖이나 모유를 먹고 트림까지도 아빠엄마가 시켜줘야 한다. 밥 먹을 때마다 아이를 위한 음식을 준비하고 먹기 좋게 썰어주고 생선을 발라주다 보면 엄마아빠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 지 어디로 들어가는 지 모를 때도 많다. 아빠가 되면 자연스레 부성애가 뿜뿜 나오는 줄 알았다. 물론 내 자식이라 그런지 엄청 이쁘지만 부성애가 왈칵 쏟아져 나와 저절로 아이를 위해 노력하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기껏 준비한 음식을 안 먹고 바닥에 흘려놓고 땡깡을 피우기 시작하면 부성애가 로그아웃 할 것만 같다. 그래도 아직 작고 어린 소중한 존재라는 걸 상기하면서 다시 힘을 내보는 사고의 흐름을 반복한다. 

 아이를 직접 키우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 같다. 잠깐 보고 귀여운 면만 보고 헤어질 수 있는 조카와는 차원이 다르다. 아이를 맨투맨으로 담당하다 보면 저절로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이 생각난다. 아 나도 이렇게 컸겠구나. 내가 컸다고 투정부리고 자기 주장하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하면서도 조금은 우습게 느껴졌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저귀 차던 녀석이라고 생각하면서. 오늘 둘째가 태어났다.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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