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이 평생 약정인 스마트폰이라면 / 211210 Day 10

 우리 몸을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해보자. 공장에서 조립해서 포장되기 전까지를 사춘기 전까지로 보고 정성껏 포장된 새 스마트폰을 2차 성징이 끝나가는 중, 고등학생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중고생 때는 한창 피부도 좋고 꾸미지 않아도 예쁘다. 머리도 빠르게 잘 돌아가고 밤 늦게까지 몇 시간이고 게임이든 공부를 해도 다음날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식욕이 왕성하고 소화력도 좋으며 새로운 문화나 세상의 변화도 가장 먼저 잘 받아들인다. 새로 나온 스마트폰이 세련된 외관에 기능적으로도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이고 최신 기능을 선보이는 것 처럼 말이다. 

 차기작이 나오기 전까지가 스마트폰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스마트폰에 딱 맞는 케이스도 많고 악세서리도 다양하게 출시된다. 최신 스마트폰의 사양에 딱 맞게 게임도 출시가 되고 OTT 업체들도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쩌다가 스마트폰이 고장나더라도 센터에 가면 서비스 기간이 남아 있거나 바로 수리를 할 수 있다. 센터를 왔더니 옆에는 부품을 구하기 쉽지 않아 수리하는 데 시간과 발품이 더 드는 3,4년전 스마트폰이 보인다. 전혀 내 일이 아닌 것 같다. 이 시기는 사람의 20-30대에 해당하는 것 같다. 패션과 영화, 음악 등 여러 문화와 산업에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세대이다. 기성세대가 되기 전 가장 자유롭게 활동하고 많은 가능성이 열러있는 세대이다. 어쩌다 몸이 아프더라고 아직까지는 금방 자리에서 털고 일어날 수 있다. 세대 차이나는 윗사람들이 젊을 수록 건강에 신경쓰라는 데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제 스마트폰을 쓴 지 2-3년이 지나면 눈에 띄게 문제가 생긴다. 점점 버벅이고 예전에 잘 되던 것들이 안 되기 시작한다. 인터넷에서 요구하는 데이터량은 늘었는데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더 떨어지니 점차 문제가 심각해진다. 조금만 오래 쓰면 발열이 생기고 액정에 누렇게 된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생겨나는 데 이제 이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게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다. 오랜만에 핸드폰 케이스를 사려고 했더니 예전에 나온 촌스러운 것만 있다. 힙한 느낌의 케이스가 이 스마트폰에 맞게는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간만에 센터에 갔더니 더 이상 부품을 구하기도 어려워 고치려면 큰 센터로 가야한다고 한다. 거기서도 다 고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사람이라면 40-50대가 아닐까 싶다. 사회에 나와 일을 하다보니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다. 내가 한창 일하던 방식이 이제는 옛날 방식이 되버렸고 새로운 방식을 배우려니 버겁고 낯설다. 조금만 오래 일을 해도 피곤하고 몸에는 열이 뜨고 머리도 빠지고 얼굴도 누렇게 뜬다. 배터리가 맛이 간건지 누워있어도 잘 충전도 안 된다. 옷을 살 때도 너무 젊은 사람들이 입는 것 같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병원에 가도 치료 기간이 길어진다. 가끔은 큰 병원에 갈 일도 생긴다. 

 이제 출시된지 4-5년 혹은 그 이상의 단계로 가면 사람의 60-70대 이후와 이어진다. 최신 스마트폰과는 호환도 잘 안 되고 새로운 것들은 설치할 수도 없다. 수리기간도 점차 길어지고 그 여부도 장담 못 한다. 스마트폰 사용자 커뮤니티에 가보니 내 게시판은 저 아래로 밀려있다. 몇 개월만에 올라온 최신 글 제목은 '이제 보내줄 때가 되었네요'라는 의미심장한 글이다. 노년의 삶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꽤나 편협한 사고로 사람을 스마트폰에 비유해봤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우리 몸은 스마트폰 처럼 결국 나이가 들고 맛이 간다는 거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점은 스마트폰과 달리 우리 몸을 바꿀 수 없다는 데 있다. 스마트폰은 몇 개월 마다 바꾸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 몸은 교환 및 환불 불가이다. 스마트폰을 살 때 2년 약정만 걸려도 짜증이 나는 데 우리 몸은 나와 최대 100년 약정이다. 만약에 사춘기에 산 스마트폰을 남은 평생 써야한다면 어떨까? 사람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애지중지하고 소중히 다룰 것 같다. 아무 곳이나 던지지도 않고 루팅해서 강제적으로 성능을 향상시키는 오버쿨럭도 절대 안 할거라 믿는다. 아메리카노와 핫식스로 젊은 날 열심히 달리는 분들이 많을텐데 오버쿨럭의 현실판이 아닐까. 병원에서 일하면서 결국 사람의 몸은 스마트폰처럼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잘 수리를 해도 완전히 전과 같아 질 수는 없다. 아무리 좋은 약과 최신 치료를 해도 젊었을 때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특히 30-50대 환자분들을 만나다 보면 자기가 왜 낫지 않는지를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래도록 침 치료를 받아도,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해도, 대학병원까지 가서 초음파와 MRI 검사를 하고 수술까지 받아도 증상이 완전히 낫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나의 원인이 있고 그 원인 제거를 하면 완전한 건강상태로 갈거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인체는 신비하고 원인불명인 질환이 많으며 병을 낫는 데는 자생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인체와 질병을 공부하면 할 수록 의사가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데 한계가 참 많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몸을 평생 약정인 스마트폰처럼 꾸준히 관리하고 신경써야만 한다. 그렇게 해도 앞서 말한 변화들을 막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어른들의 말 중에 건강이 최고다, 젊었을 때 부터 몸관리를 해야한다는 게 괜한 소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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