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머리 / 211206 Day 6
'책상머리나 지키다'는 다음과 같은 뜻이다. '현실과 부딪치며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지 아니하고 사무실에서만 맴돌거나 문서만 보고 세월을 보내다.' 세상에는 책상에 앉아서 알 수 있는 일들고 있지만 책상 밖에서만 알 수 있는 일들도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방구석에서 세상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편한 세상이다. 유튜브에는 정말 모든 분야에 대한 정보가 넘쳐난다. 보통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영상을 보지만 가끔은 알고리즘을 타고 전혀 알지 못한 세상을 만나기도 한다. 오늘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는 세상의 다양한 직업으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38세의 젊은 전업 부동산 투자자가 있었고 23세의 부지런한 자동차 랩핑업체를 운영하는 청년 그리고 33살에 두피문신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장님까지. 세상에 수많은 직업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같은 나라에서 나와 같은 20-30대 남성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생생하기 보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부끄럽게도 사실 나는 직업에 대해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부모님께서는 맞벌이를 하셨고 두 분 다 거의 30년 근속하시고 은퇴를 하셨다. 이런 부모님을 보며 성장한 나는 당연히 어른이 되면 어딘가에 취직해서 돈을 버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했다. 리스크가 있는 사업 보다는 안정된 직장에서 차곡차곡 저축하는 삶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줄 알았다. 그렇지만 세상에 나와 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고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 경제적 자유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예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직업들이 매일같이 들려온다. 요즘 서울의 4년제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잘 안된다는 데 신기한 일이다.
과거 부모님 세대에는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나의 부모님 뿐만 아니라 50-60년대 베이비붐 세대이신 분들께서는 대부분 하나의 직장에서 평생 일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예전 보다 이직도 활발해지고 직업을 여러 개 갖는 경우도 많아졌다. 요즘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을 보면 작가, 유튜버, 사업가 등을 병행하는 일이 많아졌다. 또한 학벌이 여전히 중요한 사회지만 예전보다 그 가치는 조금씩 가라앉는 것처럼 보인다. 좋은 학벌이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게 되었다. 능력만 있어도 성공하기가 쉬운 사회로 변화해 가고 있다. 자칫 책상머리에만 앉아서 공부를 하다가는 좋은 대학교 졸업장 말고는 손에 남는 게 없을지도 모르겠다. 한 분야의 실력을 키우는 게 공부를 잘하는 것 보다 어려울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실력을 키울 수 있고 관심이 있는 분야를 찾는 게 꽤나 어려워보인다. 막상 관심이 있는 분야의 업계가 너무 어려워서 취미로만 간직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실력을 습득하는데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갈지도 모른다.
몇 년만 지나면 좋은 대학이 좋은 취업을 보장했다는게 유머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좋은 학벌이 있어도 능력이 없다면 도태되는 사회를 생각해보면 오금이 저린다. 나도 걱정이고 아들 세대도 걱정이다. 아들이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은 너무나 기특할 것 같지만, 그걸로는 안 되겠다. 밖으로 데리고 가야겠다. 유튜브 보면서 이야기라도 나눠야겠다. 책상머리만 지키게 하진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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