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 숨 고르는 날 / 211211 Day 11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지만 가끔씩 밤에 잠이 안 올 때가 있다. 이유 없이 한숨이 나오고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다. 딱히 슬픈 일도 없는데 괜히 우울하다. 곰곰하게 생각을 해보면 보통 그런 날은 집에서 쉬는 날이다. 밥 먹고 화장실 가는 것 말고는 일을 하지 않은 날이다. 출근을 안 하는 날, 운동을 안 하는 날 그리고 일을 미뤄둔 날에 그랬던 것 같다. 어떤 이유에서든 일을 안 할 날에는 기분이 좋지 않다. 공부도 해야할 게 많은 것 같고 자기 계발을 해야할 것 같고 운동도 하고 집안에 일도 해야할 것 같은데 아직 안 한 느낌이 든다. 해야하는 일을 하지 않았는데 피곤해서 불쾌한 감정이 든다.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열심히 뭔가를 해야만 할 것 같다. 한의사와 관련 된 일 말고도 한창 뜨고 있는 코딩이나 부동산, 주식에 관해서도 공부를 해야할 것 같다. 여전히 영어공부와 일본어 공부를 하고 싶기도 하고 사실을 해야 할 것 같다. 왜 이렇게 가만히 있지 못하고 다양한 일과 나의 계발을 해야한다고 느끼는 걸까. 책을 고를 때도 소설 보다는 실용서나 자기 계발서를 주로 보는 편이다. 사실 가만히 있어도 괜찮은 건 아닐까? 충분히 쉬고 푹 쉬어서 더 열심히 일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오히려 나를 제대로 들여다 보지 못하고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며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나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무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열심히 하려는 사람 보다 가끔은 쉼표를 찍을 줄 알고 온전히 쉴 줄 아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돌이켜 보면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하자는 급훈은 선생님이나 학교 입장에서는 좋을 수 있지만 개인에게는 꼭 그렇지 않을 수 있겠다. 너무 힘든 것을 끝까지 붙잡을 필요는 없어. 최선을 다하는 건 좋지만 자신을 잃으면서 까지는 안 해도 돼. 가끔은 푹 쉬어야 할 때도 있는 거야. 이런 말을 수험생에게 해줘도 될 지는 모르겠다. 다만 사회에 나가면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할 수는 없다. 프로젝트로 일을 하면 다양한 사람과 협업을 하기 때문에 적재적소에 능력있는 사람을 배치하는 게 더 중요해 보인다. 내가 모든 일을 다 할 수도, 잘 할 수도 없는 게 맞다. 요즘 세상에서 슈퍼맨 같은 사람도 있지만 점점 세분화 되는 문화와 산업 분야에서는 오히려 전문가 간의 콜라보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게 더 빛이 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회사에서 내가 어떤 일을 잘 한다고 하고 그 일을 빨리 끝내버리면 격려와 찬사 보다는 돌아오는 건 더 많은 일과 그 정도의 일이 당연시 되어서 늘어난 업무로딩 뿐이다.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고 마라톤이다. 마라톤을 하면서 페이스를 올리다 보면 호흡이 흐트러진다. 그때는 완전히 걸을 필요도 없이 살짝만 템포를 낮추면 금방 회복이 된다. 인생, 직업, 육아 그리고 결혼생활 모두 멀리보고 호흡을 고르면서 가야겠다. 그러니 가끔은 아무 것도 안 한 것 같은 날이 있어도 그런 날은 숨 고르는 날이라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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