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 211208 Day 8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해 연말에 신년 계획을 세우곤 했다. 신년 계획을 다 모아 본적은 없지만 대체로 비슷했던 것 같다. 일주일에 책을 1권씩 읽자, 주 2회 운동을 하자, 체중을 5kg 정도 줄이자, 전공에 관한 이런 분야 책들을 보자 등이 거의 매년 반복되었던 것 같다. 3년 전 현재 직장에 취직하면서는 워낙 바쁘게 일하기도 했고 그 사이 아들도 키우다 보니 계획을 그동안 못 세웠다. 아마 계획을 세우려고 했어도 육아와 직장 일 때문에 극히 간소화되었을 것 같다. 그동안 신년 계획을 세웠던 것은 학생이고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전이라 시간이 많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많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현재는 정말 육아와 직장 일로 남는 시간이 많이 없는 편이다. 얼마나 남을지, 또 갑자기 어떤 일이 생길지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스터디를 계획하기도 어렵다. 가끔씩 2-3시간 남는 시간이 생길 때 이 시간을 어떻게 하면 값지게 쓸 수 있을까 고민할 뿐이다.
 
 자주 찾아오는 시간이 아니기에 처음에는 많은 일들을 하려고 했다.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밀린 일들도 처리하고 그랬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을 을 한거라 뿌듯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뭔가 휴식을 취한 것도 아니고 후다닥 일처리만 한 느낌이 들었다. 육아를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쉬는 시간이 없는 것이다. 식당에도 요즘은 break time이 있는데 육아에는 없다. 잠깐 아이가 혼자 잘 놀면 그게 쉬는 시간이다. 온전히 1-2시간을 푹 쉴 수는 없다. 그래서 후다닥 많은 일을 하려고 했던 건데 지나고 보니 남는 게 적었다. 요즘은 전략을 바꿔서 남는 시간에는 보통 한 가지 일만한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미리 해놓았다. 장난감 방 구석에 책상을 가져다 놓고 공부할 책들을 따로 모아놨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볼 수도 있게 이어폰과 거치대를 준비했다. 음악을 들으며 블로그를 할 수 있게 스피커도 세팅해놨다. 온전히 일에 집중하다 보면 잡생각도 안 들고 시간도 잘 가고 다하고 나서 뿌듯해진다. 나는 하루를 바쁘게 보냈어도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밤에 기분이 불쾌한 경우가 많다. 바쁘게 여러 일을 하기보다는 집중에게 한 가지 일을 클리어 하는 게 성향에 더 맞는다. 멀티태스킹에 쥐약인 30대 직장인이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간다면 정신적인 피로 회복을 위해 아무것도 안 해도 좋을 것 같다. 공부든 업무든 일이 있거나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다면 거기에 집중을 하고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도 좋겠다. 예전에 필라테스를 배우며 눈을 감고 나에게 집중하는 것도 하나의 명상으로 배웠다. 지친 몸과 마음을 잘 들여다 볼 수 있고 나의 정신이 맑아질 수 있다면 명상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은 오후 11시. 저녁 먹이고 놀아주다가 9시30분까지 아들을 재우는 데 성공했다. 너무나 피곤한 데 누울까, 글을 쓸까 중에 글을 쓰기로 선택했다. 장난감 방 구석에서 아빠로서는 로그오프를 하고 30대 남자로 로그인했다. 공부도 좋고 일도 좋고 영화도 좋고. 명상도 도전해보고 싶다. 일단은 내 생각을 정리하고 그 당시의 감정을 기록하는 글 쓰기를 당분간 이어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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