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내 모습이 보일 때 / 211203 Day 3
하루하루 커 가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내 모습이 보인다. 낯선 환경에 처음 적응하는 데 애를 먹고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어려워하는 게 닮았다. 선생님과 주변 어른들이 어쩜 이렇게 차분하고 조용하냐며 칭찬을 듣는 것도 똑같다. 엄마아빠를 따라다니며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것도 어릴 때의 나와 닮았다.
자식에서 나와 닮은 면을 발견하는 건 당연해보인다. 나의 유전자가 절반은 들어갔으니까. 그리고 같이 먹고 자고 이야기하니 말투나 행동도 자연스럽게 닮기도 할 것이다. 이런 마땅해 보이지만 생경한 경험은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자식에게 보이고 동시에 단점도 보이게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단점이 더욱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내가 알게 된 나의 단점들이 자식에게서도 더 잘 보인다. 내 자식은 조금만 그런 부분을 고치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너무 순하고 착해서 할 말을 잘 못하는 모습이 안 쓰럽기도 하다. 당장은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요즘 세상에 조금 더 할 말을 하고 살아가길 바란다.
그런데 이건 나만의 마음 속에 담아두는 것으로 끝내야겠다. 당장 나부터도 내 부족한 점을 알고 있고 계속해서 고치려고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낀다. 하물며 아직 어린 자식에게 많은 걸 기대해서도 안 될 것 같고, 스스로 느끼기 전에 외부에서 고치려고 하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자식은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많은 가능성을 가질 수도 있고 의외의 모습도 많이 보일 수 있다. 자식은 내가 아니니까, 자식은 어린 어른이 아니라 그냥 아이니까.
이런 저런 생각은 나중에 아들이 조언을 구할 때나 살짝 꺼내도록 해야겠다. 그전까지는 어떻게 하라고 채근하지 말아야겠다. 내 자식을 하나의 존재로 인정하고 한 쪽으로 이끌려고 하기 보다는 온전히 자식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고 키워야겠다. 하우스 안에서 이쁘게 자란 꽃 보다는 들꽃처럼 저마다의 개성을 뿜내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자식을 통해 돌이켜 본 나의 모습을 오로지 나를 반성하는 것에서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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