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알게 되었다 1 - 길거리는 모험의 공간이 아니잖아요- / 211226 Day 26

 아이를 키우며 느끼게 된 점을 몇 번에 나눠서 적어보려고 한다. 첫 시작은 생각보다 위험하고 불편한 길거리에 대한 이야기다. 혼자라면 약간 번거로운 정도의 길이 아이와 함께면 장애물 경기가 된다. 

 생후 70일이 된 아이와의 첫 외출이 기억난다. 혹시나 추울까 덥지는 않을까 만만의 준비를 하고 나섰다. 가방에는 기저귀, 물티슈 그리고 분유를 위해 챙긴 보온병 등등 짐이 한 가득이었다. 초 봄을 만끽하며 나섰던 산책은 힘들다는 한숨과 함께 마무리됐다. 나를 이렇게 힘들었던 건 바로 유모차 때문이었다. 물론 조심스러운 나들이라서 긴장도하고 짐도 많았지만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게 그렇게 힘든 줄은 몰랐다. 평소에는 쉽게 다니던 길도 유모차와 함께라면 힘들었다. 인도와 횡단보도에 불법주차한 차들을 비켜가야만 했고 울퉁불퉁하게 포장된 도로를 걸으면 유모차를 따라 손까지 덜덜 거렸다. 그리고 도로나 인도 공사 길과 만나면 턱을 넘어 내려가야하고 좁은 길을 위험하게 지나가야했다. 예전에는 불편하게 느끼지 못했던 계단은 또 왜 이렇게 많은 지 새삼 깨달았다. 다행히 요즘에 지은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그래도 유모차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찾아다니고 기다리다 보면 평소 걸리는 시간보다 두 배 정도 걸리는 일도 많았다.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는 또 다른 문제에 부딪혔다. 온전히 내가 신경쓰면 되었던 유모차도 힘들었지만 아이가 따로 걷다보니 위험천만 했다. 손을 계속 잡고 걸어도 쌩쌩 지나가는 오토바이나 보행자가 뻔히 건너고 있는데도 머리부터 밀고 들어오는 차들도 많았다. 스쿨존에 카메라도 많아지고 30km 제한도 많이 알려졌지만 여전히 불편한 점이 많다. 횡단보도에 차를 주정차 하면 미숙한 어린아이들이 차 사이로 나오는 경우에 이를 미처 보지 못한 운전자와 사고가 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 대로변에 잠시 주정차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모퉁이나 횡단보도는 보행자의 사고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앞으로 아이가 조금만 더 크면 제 몸 반 만한 가방을 메고 혼자 길을 걸어다닐 것이다. 예전보다 CCTV도 많아지고 안전한 길거리가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걱정거리가 많다. 그리고 위에 적은 말들은 노약자와 장애인에도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보행신호가 짧아서 힘든 어르신들도 계시고 전동휠체어가 지나가지 못하게 길을 막아버린 운전자들도 많다. 그리고 번호판이 뒤에 있기 때문에 과속방지 카메라도 무시하고 질주하는 오토바이와 번호판을 가린 오토바이들까지 한숨만 나오게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자체와 경찰이 단속을 많이 해줬으면 한다. 스마트폰으로도 신고할 수 있는 안전신문고가 있으니 다들 잘 활용해줬으면 좋겠다. 더불어 공공주차장을 더 만들고 보행자친화적인 도시를 만드는 변화도 수반되었으면 좋겠다. 현실성 없는 법으로 단속만 한다면 그것 역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길거리가 모험의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법과 제도를 만드시는 분들도 한 번 유모차 끌거나 전동휠체어를 타고 길을 걸어봤으면 한다. 직접 느끼기 전까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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