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즐거움 / 211228 Day 28
침착맨과 주호민이 지인의 결혼식에서 맡은 성혼선언이 화제다. 침착맨은 스스로 결혼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느낀점을 이야기 해보겠다고 담담하게 시작했다. 침착맨이 생각하는 결혼생활은 서로만 아는 에피소드들을 쌓아가는 재미라고 이야기했다. 서로의 글에 댓글을 하나씩 달아주는 사이이고 힘든 일을 겪어도 웃어 넘길 수 있는 힘이 되는 사이라고 이야기했다. 특유의 감각과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으로 100만 유튜버가 된 침착맨의 능력이 보이는 성혼선언이었다. 어려운 표현을 쓰지 않고 길지도 짧지도 않게 유머와 예시를 들어 센스있게 말을 했다. 이제 곧 결혼 5년차가 되는 나도 십분 공감하는 결혼의 즐거움이다.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7년 정도하고 결혼을 했다. 20대 초반부터 긴 연애를 한 덕에 서로의 풋풋한 대학생 모습을 기억하고 사회초년생일 때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서로 지켜봐왔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엄마와 아빠의 모습이 되는 걸 지켜보는 중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같이 겪으며 많은 추억이 쌓였다. 침착맨이 말한 결혼생활의 즐거움은 어떻게 보면 연애를 하면서도 느끼는 일들이다. 연애를 하는 동안에도 둘만의 에피소드는 많이 생길 수 있다. 나와 아내도 그렇게 장기간 연애를 했었다. 결혼을 하면서 크게 달라지는 건 바로 같이 살면서 쉴 틈 없이 모든 걸 함께한다는 점이다. 결혼 전 데이트를 할 때는 서로 데이트 준비를 한다. 몸을 단장하고 분위기에 맞는 옷을 고른다. 인스타에서 핫플레이스나 새로 열린 전시회를 찾아본다. 그리고 약속한 장소에 멋지게 차려 입고 가서 영화나 전시회를 보면 눈이 즐겁고 맛집에서는 입이 즐겁다. 그리고 마무리 안녕까지. 그런데 결혼을 하면 차려 입은 모습말고 피곤해서 쇼파에 누운 모습이나 전날 먹은 음식 때문인지 퉁퉁 부은 얼굴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전에 먹다가 남은 음식을 데워서 먹고 누구라도 게을러지면 집안 꼴이 엉망이 된다. 이런 배우자의 몸과 마음의 민낯 속에서도 싹트는 에피소드들이 결혼생활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면 서로 좋은 모습만 보일수는 없다보니 서로의 흠도 더 알게 된다. 서로의 우스꽝스러운 일이나 실수담을 같이 나누고 같이 웃어넘길 수 있는 돈독한 사이가 되는 게 결혼생활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편이 생기고 매일 마주하다 보니 나의 사소한 변화도 알아차리는 그런 사이. 나는 농담삼아 결혼 천천히 해라, 결혼은 쉽지 않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결혼을 적극 추천하는 편이다.
여기에 아이가 있다면 또 다른 에피소드가 쌓여간다. 부부가 같이 하는 아이돌 덕질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나중에 다시 한 번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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