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 / 211202 Day 2





겨울에도 따뜻해서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
여름에 반팔, 겨울에 자켓이면 충분했으면 좋겠다.

12월을 앞두고, 비가 내린 11월의 어느 날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어떻게 이렇게나 기온이 빠르게 낮아질 수 있는지 새삼 감탄하며 옷장에서 겨울옷을 꺼내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따뜻했는데,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가을옷 입기 딱 좋았는데.. 정말 가을이라 부를 수 있는 날씨는 2주 밖에 안 되는 것 같다. 거리에 울긋불긋 낙엽들이 바로 지금이 우리의 전성기가 찾아왔다고 의기양양하게 소리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비 오고 바람 한 번 부니 말 그대로 추풍낙엽이 되어 초겨울의 스산한 느낌만 만들어냈다.  

만약 우리나라가 늘 따뜻하다면 어떨까? 일년 내내 여름처럼은 덥고 습한건 끌리지 않는다. 여름에는 반팔 정도면 더위를 이겨낼 수 있고 추울 때는 자켓 하나만 걸쳐도 추운 느낌이 없으면 딱 좋겠다. 언제든지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훈련하는 군인들도 혹한기 혹서기를 피해 그 노고를 조금이나마 덜었으면 좋겠다. 나 여기 있소라고 크게 외치며 자리 차지하는 겨울 외투들도 모두 옷장에서 비켜준다면 훨씬 마음이 가벼울 것 같다. 여름철 열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겨울철 새벽녁에 특히 위험한 심장질환도 많이 줄지 않을까 싶다. 일년 내내 야외 공원에는 운동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겠다. 언제든 가볍게 입고 운동할 수 있다면 더 건강해 질 수 있지 않을까? 겨울이라 살을 찌워야 한다며 많이 먹지도 않을 것 같고, 어느새 찐 군살을 겨울 코트로 숨길수도 없을 것 같다.

다만, 아이들은 눈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것 같고, 옷 가게 사장님은 계절별로 옷들을 새롭게 전시할 일이 적어질 것 같다. 특유의 봄 분위기, 가을 분위기를 풍기는 옷들도 그 매력이 약간은 바랄 것 같고, 뜨거운 여름과 겨울에 거리에서 들려오는 대표곡들도 내적댄스를 덜 불러일으킬 것 같다. 봄맞이 대청소는 가벼운 정리정돈으로 변해버릴 것 같다. 무더운 여름에 냉면집에 들어가 차가운 냉면을 들이킬 때의 쾌감과 겨울산을 등산하고 위에서 마시는 커피믹스의 맛도 한결 가벼워질 것 같다. 이열치열의 대표 음식격인 삼계탕집 사장님은 섭섭해질 것 같다. 겨울 옷이 마진이 높아 한 해 매출을 좌우한다는 데 아웃도어 사장님도 섭섭해질 것 같다. 

밖에서 볼 일을 보고 따뜻한 집에 돌아와 이 글을 쓰고 있다. 추운 바람에 얼었던 몸이 녹으며 노곤해진다. 노곤해진 건 몸 뿐만 아니라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추운 겨울을 온 몸으로 맞이하니 따스한 계절이 간절해지고, 일년 내내 따뜻한 곳에 살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모든 일에 장단이 있지만 무더운 여름과 동장군이 맹위를 떠는 겨울이 없다면 어느 쪽이 더 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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