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무심코 던지는 말 / 211214 Day 13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말 한마디 하나도 조심스러워진다. 섣불리 한 말이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가 있다. 많은 대화 속에서 내가 지나 가는 말로 한 말이나 행동이 아이에게는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오늘 저녁에 아들이 '아빠는 나 혼냈잖아'라고 말을 한다. 아빠가 언제 그랬는지 물어보니 전에 손가락을 빨고 있을 때 일이었다. 밖에서 신나게 놀고 들어와서 손을 씻기 전에 손가락을 입에 가지고 갔다. 엄지손가락을 쪽쪽 빨길래 내가 깜짝 놀라서 아이를 다그쳤던 게 아이는 많이 놀랐나 보다. 그때 아빠가 왜 그랬는지, 화가 났던 게 아니라 네가 배 아플까봐 그랬다고 천천히 설명을 해주었다. 그래도 그때 놀란 가슴은 여전히 생생한가 보다. 살짝 다시 슬퍼지려 하는 것 같아 꼬옥 안아 줬다.
아이를 너무 사랑하지만 키우는 건 처음이기에 마음만 앞선다. 와이프를 따라 부모가 되면서 책을 여러 권 읽었다. 자녀의 교육에 대한 책들도 읽어 봤지만 눈길이 잘 가지 않았다. 육아 그 자체에 대한 책에 더 눈길이 갔다. 그 중 오영은 박사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가 곱씹어 읽어볼 내용이 많았다. 이제 아이가 5살을 앞두면서 굉장히 많은 말을 한다. 수많은 질문 세례와 자기 주장, 동의를 구하고 반박을 한다. 대화상대로서, 아이가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아빠로서 대화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그때 마다 오영은 박사의 책을 펼쳐본다.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팩트체크를 할 필요는 없다는 대목이 있었다. 아이가 하는 말 중에 맞는 말도 있고 틀린 말도 있을텐데 그걸 하나하나 지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나중에 아이는 지적받으면서 배운 사실 보다는 아빠와 대화를 하는 즐거운 상황과 자신이 알고 있는 걸 설명해주며 스스로 뿌듯해하는 느낌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아들이 책을 읽고 와서 조잘거릴 때 우선 귀 기울여 들어야겠다. 맞장구 쳐주고 진심으로 기특해줘야겠다.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은 책을 같이 읽으면서 다시 알려줘야겠다. 앞서 외출 후 손가락을 빠는 아들에게 덜컥 안 된다고 외쳤던 나를 반성해본다. 가스불을 만지려고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보다 침착하게, 놀라지 않게 아들에게 이야기 해줬더라면 좋았을텐데. 가슴 깊이 반성한다.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예전에는 먹고 재우고 기저귀만 갈아주면 되었는데 점점 더 난이도가 올라가고 있다. 몸은 조금 편해지는 데 신경 쓸 일은 더 많아졌다. 그래도 매일매일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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