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 211221 Day21
조용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아침에는 아들을 어린이 집에 맡기고 책방에 가서 아들이 읽을 책을 빌려왔다. 하루 종일 공부를 하다가 가족들과 함께 소고기를 구워먹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이런 저런 일로 오랜만에 지인들과 카톡을 나눴다.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니 반갑다. 코로나로 지인 만나기도 어렵고 출산을 앞둔 와이프 걱정에 어디 식당 하나를 가기도 망설여진다. 걱정스러운 나날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지인들과 연락을 주고 받으니 가슴이 따뜻해진다.
살아가며 몸소 느끼는 것이 있다. 그중 하나는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거다. 눈빛만 봐도 다 아는 사이는 어떤 사이일까. 우리 부부도 2010년 부터 연예를 했으니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만큼 이제 합을 맞추기도 쉽고 상대가 어떤 걸 원하는 지 알아차리기도 쉽다. 그치만 이런 부부 사이에도 말하지 않으면 알 지 못하는 마음도 많다. 괜히 오해를 하고 상처받고 알아줄 거라 기대한 것에 비해 몰라줘서 속상한 경우도 있었다. 같이 살고 가장 대화를 많이하는 아내와도 이런 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같은 서울에 살지만 거리가 멀어 부모님과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얼굴을 본다. 부모님은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실까. 가정을 이루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될 예정이니 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실까. 크면서 더 잘해주지 못한 게 생각나실까 아니면 기대한 대로 잘 커줘서 너무 대견해 하실까. 정확한 마음은 알 길이 없다. 예전에는 스스로 살가운 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오히려 나한테도 차가운 면이 있는 것 같다. 좀 더 자주 전화도 하고 뵙고 부모님 건강이나 주변 일들도 챙겨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부모님과 가까이 사는 누나가 부모님을 자주 보고 더 잘 챙겨줘서 고맙기도 하다. 이런 누나에 대한 고마움도 전한 적은 없었다. 낯간지럽다고 해야할까 부모님이나 누나에게 툭 터놓고 마음을 전한 적은 어릴 적부터 손에 꼽게 적었다. 그것도 크면서는 점점 더 내가 알아서 하자는 식으로 변해왔다. 아직은 정정하시지만 이제 몇 년후면 70대에 접어드는 부모님과 아들을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는 누나에게도 감사하다. 자주 뵙고 선물을 주고 받고 안부 연락을 하면 그 마음이 전해질까. 어느 정도는 전해지겠지만 정확히는 아닐 것 같다.
친구와 지인들에게도 조금 더 다가가서 말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오랜만에 연락하네. 잘 지냈어?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 가볍게 연락할 수도 있는 데 그게 잘 안되었다. 먼저 연락이 오는 건 반가워도 내가 연락을 먼저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결혼을 빨리하고 육아를 빨리 시작해서 현실적인 제약도 있었지만 사실 그것도 핑계라고 생각한다. 내 성격 탓일까 거절에 대한 잠재적인 두려움 때문일까 자존감에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일까... 이걸 고치려면 근본치료를 위해 원인부터 찾아서 해결해야하는 걸까? 그 근원적인 문제를 완전히 극복하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고 아쉬운 부분을 채우려고 한다면 되지않을까. 이런 점들을 깨닫고 노력하기 위해 꿈틀대고 있는 자신을 보니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30대 초반이고 앞으로도 더 많은 일들이 있을테니까.
진심 어린 말을 통해서 상대에게 마음을 전해야겠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 간의 인연을 더 소중히 이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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