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탐험가 / 211204 Day 4

 이상하게 어릴 적 부터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관심이 갔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는 무엇이 있고 그 옆에는 또 뭐가 있는지 궁금했다. 어릴 때 아버지 차 뒤에서 본 동네 풍경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았다. 오죽하면 어릴 때 장래희망이 내가 살고 있는 곳의 구청장이었을까. 

 어릴 때는 부모님과 함께 동네 산책을 하는 게 좋았다. 자전거를 혼자 타기 시작하면서 나 혼자 갈 수 있는 거리는 조금 더 멀어졌다. 방학 때는 물과 과자를 가방에 담아서 자전거를 타고 모험을 떠났다. 집을 중심으로 가장 동쪽으로, 서쪽으로, 북쪽으로, 남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전날 인터넷으로 지도를 살펴보고 정해진 길을 찾아가는 게 재미있었다. 고척동을 중심으로 기억나는 건 동쪽으로는 신도림, 영등포, 여의도가 있었다. 북쪽으로는 안양천과 한강의 합수부가 있었고, 서쪽으로는 부천, 인천이 있었다. 남쪽으로는 고척동 옆을 지나는 안양천의 상류가 있었다. 고척동의 안양천은 엄청 커다랗고 물은 탁했는데, 상류로 올라갈 수록 폭이 좁아지며 물이 깨끗해져서 동네 개천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동네에 대한 관심은 계속된다. 수단은 자전거에서 자동차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동네 탐험을 구석구석 하는 걸 좋아한다. 동네의 변화하는 모습을 관심 있게 보는 건 여전한 취미이다. 동네 공사장을 유심히 보는 할아버지들이 계신데, 나 역시 나중에 그러지 않을까 싶다. 요즘 처럼 추운 날에도 이걸 즐길 수 있는데, 바로 인터넷 지도에 있는 로드뷰이다. 추운 날에도 지리를 알 수 있고 여행할 곳의 상황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 구글의 로드뷰를 통하면 전세계 어디든지 방구석 여행이 가능한 세상이다. 동시에 우리나라라면 옛 모습을 보기에도 용이하다. 네이버, 다음 지도에서는 로드뷰를 만들기 시작한 2010년도 부터의 로드뷰 모습도 찾아 볼 수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대규모 재개발 과정을 거쳤다. 이 동네의 옛 모습은 어떨까하고 궁금해서 찾아본 적이 있다. 동네의 작은 수퍼와 다세대 주택, 보습 학원, 이발소와 부동산들이 옹기종기 있는 모습이 정겨웠다. 

동네 모습을 즐기고 기록하고 찾아보기 쉬운 세상이다. 왜 이렇게 내가 살고 있는 지역, 공간에 관심이 가는지 모르겠다. 요즘은 공간에 대한 관심 뿐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모두가 살기 좋은 공간이 될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렇게 공간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서울은 아쉽기도 하면서 늘 새로운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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