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큰 사람이 정말 이기는 걸까 / 211201 Day 1

 흔히 하는 말 중에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시장통에서 싸움이 났을 때 목소리 큰 사람이 주변을 휘어잡아 구경꾼들의 호응을 이끌어 유리한 흐름을 잡아냅니다. 이처럼 어떤 일이 있을 때 목소리 큰 사람이 여론을 이끌고 원하는 대로 일을 밀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건 인터넷 상에서 더 흔합니다. 자기가 주장하는 내용의 글을 도배하고 이를 확대, 재생산 하는 게 인터넷 세상에는 너무나 용이합니다. 내 생각을 순식간에 많은 곳에 퍼뜨릴 수 있고 내 생각에 동조하는 컨텐츠를 무제한으로 복제해서 퍼뜨릴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만 검색해봐도 요즘 논쟁이 벌어지는 젠더문제와 수 십년간 지속된 좌파, 우파에 대한 영상이 무수히 많습니다. 각자 자신이 지지하는 측에서 만든 영상을 바탕으로 논리를 덧붙여서 짤방을 만들고 캡쳐를 통해서 인터넷에 글을 널리 게시하곤 합니다.
 
 이런 행동은 건전한 논의와는 거리가 멉니다. 애초에 의견을 들을 생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러한 흐름은 자칫 소수의 의견이 묻히는 문제가 있습니다. 노엘레 노이만의 '침묵의 나선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지배적인 여론과 일치되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그렇지 않으면 침묵을 지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이 주위 환경으로 부터 고립되어 외톨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합니다. 결국 소수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침묵하게 되고 실제보다 소수의견을 가진 사람의 수가 적어 보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소수의 의견을 내면, 다수의 사람들도 부터 조롱과 멸시, 비판 등을 감내해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대면이 아닌 인터넷 상에서 건전한 토론이 일어나기 보다는 조리돌림, 키보드배틀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실제로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이기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더러워 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소모적일 것 같은 논쟁에 상대가 피하는 것이 과연 내 기권승일까요? 이런 논쟁에서 이겨 무엇을 얻는 지 모르겠습니다. 논쟁을 통해 상대의 주장에 귀 기울이고 현안을 보다 심도 있게 살펴보는 게 논쟁의 진정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의 빈틈과 부족한 부분을 쉽게 알아차리긴 쉽지 않으니까요. 내 커다란 목소리만 내다보면, 주변에 같이 목소리는 크지만 귀를 막은 분들와 함께 걸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간언을 하고 충고를 해주는 게 충직한 신하의 도리이자 진정한 친구가 아니겠습니까? 

내 목소리가 여론과 일치한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맞는 것은 아님을 의식해야 합니다.
내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모두 맞는 의견이 아님을 늘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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