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오를 나무도 쳐다보자, 가능하면 올라가보자.

 공보의 끝나면 뭐하지?  

 공중보건의 마지막 해에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 입니다. 공기 좋은 강원도 바닷가에서 3년 간 공중보건의로 근무했습니다. 어느 덧 익숙해진 강원도 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서울로 돌아가서 할 일을 계속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론은 '나중에 후회말고 전문수련의에 지원하자!' 였습니다. 
 이제 생각할 일은 내가 어디서 전문수련의를 할 수 있을까 였습니다. 제가 알기로 대부분의 전문수련의는 인턴을 마친 병원에서 이어서 하거나 인턴과 전문수련의를 다른 병원에서 하더라도 공백 없이 이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아주 드물게 인턴 이후에 공백이 있더라도 전문수련의를 합격하기도 하지만 미달이 나는 병원이 아니면 사실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병원 입장에서도 굳이 3살이나 더 먹은 전문수련의를 반기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드물게 공백을 가진 뒤 들어오는 형님들은 뭔가 능력자 같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전공 이외에도 특출난 분야가 있어서 그런 장점을 등에 업어야만 인턴 후 공백이 있더라도 전문수련의를 할 수 있다는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동시에 자기객관화를 해보니 그렇게 빼어난 부분은 따로 없었던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병원에 지원을 해야할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련의를 교육하는 데는 부실하지만 경쟁률은 낮은 곳으로 지원해볼까도 잠깐 생각했습니다. 일단은 합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애초에 전문수련의를 하고자 했던 목적을 상기해봤습니다. 내 시간과 기회 비용을 들여가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기 위해 전문수련의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 목적에 맞게 생각했습니다. 

 끝내 수련병원으로 인기가 많은 병원이면서 동시에 그만큼 문턱이 높다고 알려진 곳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다행히도 지원한 곳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문수련의 과정을 마쳐가는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이곳에 지원하기로 결정한 스스로를 칭찬합니다. 만일 그 때 나는 거기서 인턴을 하지 않았으니 안 될거야, 나는 나이가 많아서 안 될거야, 나는 영어 능력자가 아니라 안 될거야 라는 수 많은 안 될거야 시리즈가 저를 말렸다면 저는 아마 중소 병원에 갔거나 전문수련의 과정을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병원 입사 후 오리엔테이션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장 일본에 가게 되었는데 집에서 알아보니 비행기에 빈 자리가 없다면 없다면 어떻게 해야하냐. 집에서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며 발만 동동 구를건가? 그 시간에 바로 공항으로 가야 가능성이 생긴다. 사정을 봐주거나 취소표라도 어떻게 생길지 모르는 거 아니냐, 안 될거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고 어떻게든 되게 하려면 될 수도 있는 거다.'

 병원에 입사하면서 가장 처음에 들었던 말인데 정말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병원에 지원을 고민하던 때 생각했던 것들과 맞물려 더 기억에 남습니다. 이래서 안 될꺼야, 저래서 안 될꺼야 고민하는 시간에 어떻게든 되게 하려고 노력하고 시도하는 자세가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나의 한계를 내가 짓지 말고 나의 가치를 내가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해보기 전까지는 누구도 모르지 않을까요? 사실 우리도 우리 스스로를 잘 알지 못하지 않나요? 인생이란 결국 나 자신을 알아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을 믿고 높아보였던 벽이지만 용기내서 두드려 봤던 과거의 제가 자랑스럽습니다. 단순한 요행일지라도 시도해보지도 않고 미련에 남는 것 만큼 답답한 것도 없으니까요.

많은 고민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는 분들 힘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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